하버드 나온 유명 성의학자?…알고 보니 가짜
경제전문지 포브스 등 각종 매체에서 저명한 성의학자로 소개됐던 데미안 제이콥 마르키위츠 센들러 박사가 알고 보니 가짜 전문가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학위도, 자격도, 연구논문도 모두 가짜였다. 미국 매체 기즈모도는 최근 센들러의 이 같은 사기행각에 대해 폭로했다.
센들러는 그간 자신을 하버드 의대 박사 출신이며 뉴욕에 본사를 둔 비영리 건강 연구재단에서 성교육 책임자라고 소개했다. 또 미국 정신과학회(APA), 미국 정신의학학회(AAS)에서 최연소 선출직 회원이며 버락 오바마 미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신 건강 분야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상 금상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기즈모도의 제닝스 브라운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은 모두 거짓이었다. 센들러는 미국에서 의사면허가 없으며 하버드 의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사실도 없었다. AAS에는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았다. APA는 센들러가 회원인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지만 의사면허가 없다면 회원 자격이 안된다고 밝혔다. 센들러가 받았다는 대통령상 금상이라는 것은 애초에 없었다. 그와 비슷한 대통령 자원봉사상이 있지만 그 상을 수여하는 조직위원회는 센들러가 수상한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센들러는 지난 2년간 성에 관한 연구논문을 12편 발표했다. 주로 자살, 성폭력, 질식 상태의 성적 쾌락, 수간과 같은 자극적인 주제였으며 내용도 해괴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예컨대 질식 쾌락을 즐기다 파트너를 죽인 사람들은 파트너가 변태적 성욕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면 실형을 면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다.
성 치료사 애나 랜들은 “센들러는 연구에서 이상 성욕과 범죄행위를 일치시키는 등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 국립정신건강연구소는 자살에 관한 센들러의 논문이 ‘성공’, ‘실패한 시도’ 등 자살 예방 분야에서 권장되지 않는 민감한 언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성 건강분야에서 저명한 임상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레이 박사는 센들러의 논문들을 살펴보고 “심각한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센들러의 연구는 이상 성욕자 등 접근이 어려운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연구의 비전문가적 결론이 이들로 하여금 위험한 선택을 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언론들은 센들러의 자극적인 연구 논문이 발표될 때마다 받아쓰기에 바빴다. 바이스는 수간에 관한 센들러의 연구를 주제로 그와 인터뷰했다. 플레이보이는 시체성욕자에 관한 센들러의 연구를 소개했다. 여성들이 연쇄살인범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에 관해 센들러의 주장을 실었던 포브스는 기사를 삭제했다.
이에 관해 센들러는 “비정상적인 성행동을 연구한다는 이유로 많은 곳에서 공격받곤 한다”고 말했다. 또 “브라운 기자가 사생활에 관한 민감한 정보 제공을 요청해 거부했더니 왜곡된 정보로 공격하고 있다”며 “이에 굴하지 않고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완종 기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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