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트라우마 겪으면 정자 변형된다(연구)
어린 시절 외상(트라우마)을 겪은 남성들의 불안감은 정자를 통해 자손에게 유전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터프츠대의 최근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백인 남성 28명에게 물질적·정신적으로 무시당한 경험은 물론, 어린 시절의 정서적·육체적·언어적·성적 학대 경험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응답자의 약 10%가 훗날 정신적·육체적 건강문제를 일으킬 위험에 처할 정도로 심각한 학대를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남성은 정자의 마이크로RNA(miRNA)에 변형이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가장 높은 수준의 학대를 당한 남성들은 배아 발달(뇌와 정자 형성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자 마이크로RNA 두 개의 숫자가 300분의 1밖에 안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외상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아빠에게서 태어난 생쥐도 사람과 똑같은 정자 변형을 보였다.
연구팀은 “인간 남성과 생쥐 수컷의 어릴 때 외상이 정자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즉 아동기 외상은 정자를 손상시켜 자녀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만·환경오염 외에 남성들의 어린 시절 외상이 정자의 변형을 초래하고, 이 정자를 통해 스트레스를 잘 받는 행동패턴 등 특성이 유전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데 이번 연구의 큰 뜻이 있다.
연구의 주요 저자인 데이비드 딕슨 박사는 “스트레스가 정자 마이크로RNA의 변형 수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상 첫 연구”라고 자평했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 남성들의 숫자를 늘리고 생쥐에 대해서도 추가 실험을 하는 등 새로운 연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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