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는 남성용 피임젤, 오는 4월 임상시험 시작
바르는 남성용 호르몬 피임제에 대한 임상시험이 곧 미국에서 시작된다.
미국 국립아동보건·인간개발연구소(NICHD)는 오는 4월, 피부에 발라 정자 수를 감소시켜 임신을 막는 젤 형태의 ‘바르는 남성용 호르몬 피임제’의 임상시험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소는 미국립보건원(NIH) 산하 연구기관이다.
연구팀은 미국·칠레·유럽·케냐 등의 수 백 쌍의 커플을 대상으로 4개월 이상 임상시험을 할 계획이다. 연구 기간에는 정자 수치를 모니터링한다. 앞서 NICHD 연구팀은 2012년 ‘테스토스테론 젤’과 ‘네스트론 젤’을 특정 신체 부위에 발라 시험한 결과, 정액의 정자 수가 ml당 100만 마리 미만으로 감소하는 것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정자 농도는 정상(ml당 1,500만~3억 마리)에 크게 못 미치며, 임신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두 가지 젤을 신체 부위 2곳에 따로따로 바른다는 것은 매우 번거로운 일이었다. 연구팀은 그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험을 거듭했으며, 두 가지 젤을 조합해 한 번에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꿨다. 이 젤은 테스토스테론 젤과 네스트론(프로게스테론 유사체) 젤을 결합한 것으로, 성숙한 정자의 형성을 막는다.
연구팀에 따르면 티스푼 2분의 1 분량의 젤을 매일 인체의 특정 부위에 발라 문지르면, 정자 수치가 며칠 동안 뚝 떨어진 상태로 유지된다. 다만 젤을 바르는 부위는 고환에서 가급적 멀리 떨어진 곳이 좋다. 워싱턴대 의대 에밀리 뮬린 교수는 “매일 잘 바르면 확실한 피임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임상시험의 성격을 감안할 때, 이 호르몬 젤의 시판을 당장 기대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상시험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각종 과정과 규정을 통과할 경우, 제한적인 피임제 선택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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