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리벤지 포르노' 용어 안 쓴다
여성가족부가 ‘리벤지 포르노’(이별 후 헤어진 연인에게 복수할 목적으로 상대방의 동의 없이 유포하는 성 동영상)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하면서 이를 대체할 용어를 놓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4일 ‘리벤지 포르노’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포르노’라는 단어가 피해자들에게 정서적으로 좋지 않고 정신적으로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다. 대신 ‘개인 간 성적 영상물’ 이라는 용어를 쓰기로 했다.
이 대체 용어가 관련 현상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새 용어가 ‘복수’ 라는 의도를 내포하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한 ‘피해 사실’을 함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새 용어 역시 피해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
배정원 행복한성연구소 소장은 “포괄적이면서 모호한 용어 사용은 자칫 범죄의 경각심을 떨어뜨리고 가해자에게 면피를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사회적인 약속이므로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승희 한국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용어가 정립이 돼야 개념이 정립이 된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해외에서도 ‘리벤지 포르노’라는 용어가 제 3자에 대한 영상 유출 피해 전체를 통칭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새 용어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어느 범위까지를 어떤 용어로 정의할 것이냐 등을 놓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개인 간 성적 영상물에 관한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대체 용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요구가 많아졌다”고 설명하고 “대체 용어를 선정한 이상 당분간은 계속 쓰겠지만 더 적합한 용어가 있다면 다시 논의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와 누리꾼 사이에서는 이를 대체할 용어로 ‘불법누출 성영상’ ‘몰카범죄 성영상’ ‘디지털성폭력 영상’‘앙갚음 범죄 성 영상’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백완종 기자 soxak@sox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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