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조직과 유사한 콘돔 만들어진다
콘돔은 원하지 않는 임신과 성병 감염의 확산을 막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피부와 다른 이물감을 호소하며 콘돔 착용을 꺼리는 남성들도 적지 않다. 10대 청소년 가운데 약 25%가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그러나 콘돔 소재의 재질을 개선하는 데 열성을 쏟는 엔지니어들 덕분에, 콘돔이 피부와 똑같이 느껴질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최근 공학·바이오 분야의 국제과학전문지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테리얼즈 (Advanced Healthcare Materials)’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이 같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재료공학 연구팀은 부드럽고, 신축성이 뛰어나고, 매끄러운 ‘하이드로 겔’로 훨씬 더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 콘돔과 정맥 카테터 등 의료기기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연구의 주요저자인 MIT 기계 엔지니어 자오 슈앤허는 “재질에 대한 연구를 통해 특히 콘돔의 불편함을 없앨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요도의 내부와 같은 느낌을 주는 카테터, 음경의 피부와 같은 느낌을 주는 콘돔 등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하이드로 겔을 개발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자오 슈앤허는 “이런 제품들이 끔찍한 느낌을 주는 것은, 인간의 신체 부위와 다른 분자 구조로 큰 마찰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체의 조직구조와 더욱 비슷한 유연성과 수분 농도 등 두 가지 특성을 최적화해야 한다.
그는 “치아·뼈·손톱·발톱을 제외한 나머지 인체의 구성요소는 물과 결합된 고분자 네트워크”라며 “연구팀은 마찰을 대폭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자오는 마찰이 거의 없어 인체와 똑같이 느껴지는 의료기기를 만들기 위해, 현재의 실리콘 또는 고무 소재를 새로운 하이드로 겔로 코팅할 계획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하이드로 겔을 이용한 코팅은 실리콘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의 위험을 없애고, 편안함과 유연성을 높여준다. 또 견고성을 높인 코어는 해로운 화학물질이나 바이러스가 더 부드러운 바깥층을 통해 빠져나가지 않게 해준다.
연구팀은 안전성을 개선한 신경 탐침(neural probe) 등을 만드는 데도 새 하이드로 겔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일반적인 의료기기는 단단한 금속·유리·실리콘 등으로 만든다. 뇌·근육 등 연조직에는 손상 우려 때문에 이런 소재를 쓸 수 없다. 연구팀의 관심사는 그 단단한 물질을 인체 조직과 특성·구성요소가 거의 같은 물질로 대체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궁극적인 목표는 장기적인 호환성을 보장하는 완전무결한 인터페이스를 창조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저작권ⓒ '건강한 성, 솔직한 사랑' 속삭닷컴(http://soxak.com)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