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가 지원하는 '차세대 콘돔' 어디까지 개발됐나?
세계적인 부호 빌 게이츠의 관심사 중 하나인 ‘차세대 콘돔’의 개발은 어디까지 진척됐을까.
빌 게이츠가 세운 게이츠 재단은 2013년 ‘차세대 콘돔’ 개발을 위해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었으며, 금주로 만 3년이 된다.
이 재단은 사이즈 하나로 모든 남성이 착용할 수 있는 콘돔, 성관계를 중단하지 않고 단 한 번의 동작으로 착용할 수 있는 콘돔 등의 아이디어를 낸 11개 프로젝트를 선정해 10만 달러씩 지원했다. 원치 않는 임신과 각종 성병 예방용 콘돔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미국 바이스닷컴은 당시의 프로젝트들이 3년 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추적, 보도했다.
차세대 콘돔은 아직 개발 단계에 있다. 개발과 식품의약국(FDA) 승인에는 10년은 아니더라도 족히 몇 년은 걸리며, 선정된 아이디어에 대한 지원금도 더 필요하다. 하지만 성 건강 전문가들도 그동안 월계관을 깔고 우두커니 앉아있지는 않았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패크릭 키저 교수는 점막조직에 작용하는 콘돔을 개발하고 있다. 점막조직은 감각을 높이기 위해 질과 음경의 일부 등 신체 부위를 감싸고 있는 막이다.
그동안 키저 교수는 피임기구 역할도 하고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이즈 치료약도 방출하는 ‘질내 링’ 개발팀의 일원이었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약물인 ‘테노포비르’(tenofovir)가 들어 있는 이 링은 개발도상국 여성들이 시판 중인 약물을 매일 복용하지 않아도 피임도 하고 HIV를 치료할 수도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게이츠 재단이 기금을 지원한 다른 프로젝트로는 락쉬미나라야난 라구파시(HLL 라이트케어 사)의 계획을 꼽을 수 있다. 성병 예방을 위한 약물전달시스템이 적용되고, 정상 체온을 올릴 수 있으며, 그래핀 층으로 만드는 콘돔 개발 아이디어다. 현재 개발 중이다.
게이츠 재단은 이 프로젝트가 일부 성과를 냄에 따라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100만 달러를 지원했다고 올해 초 바이스닷컴이 보도한 바 있다.
그 뒤 라구파시는 향기가 없고, 항바이러스약물 및 기타 피임약과 호환이 가능한 생분해성 콘돔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라텍스 콘돔이 쓰레기매립지에서 박테리아에 의해 생분해하는 데 10년이 걸리기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돈을 더 내더라도 천연 양가죽 등 친환경적인 콘돔을 선호한다.
빌렘 반 렌스부르크(킴브라녹스 사)의 아이디어도 게이츠재단에 위해 채택됐다. 그는 섹스를 중단하지 않고 남성들이 한 번에 낄 수 있는 콘돔을 개발하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일명 ‘신속 콘돔’(Rapidom)은 포장에서 콘돔을 꺼내 제대로 착용하기까지의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고안됐다. 남성들이 콘돔 사용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번거로움이다.
그는 “콘돔을 손으로 착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잘못 끼울 수 있고 성행위를 중단하는 폐단이 있으며, 현재의 콘돔은 까다로운 테크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의 목표는 고국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휩쓸고 있는 HIV·에이즈 감염 확산을 막는 데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프론토 콘돔’이라는 제품명으로 이 콘돔의 초기 버전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인디고고’의 후원형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이 800달러를 모으는 데 그쳤기 때문에, 미국은 불행하게도 상황 변화를 기다려야 할 판이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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