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질 내 박테리아, HIV 감염 좌우
여성의 질 내 특정 박테리아가 HIV 감염 및 예방 효과를 크게 좌우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에이즈 예방과 치료에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결과다.
남아공과 북미 지역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연구소인 ‘남아공 에이즈 연구센터(Centre for the AIDS Programme of Research)’가 성행위 등과 함께 에이즈 감염의 또 다른 주요원인으로 꼽히는 유전적 요인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이 같은 결과를 얻어냈다.
연구팀은 3개의 연구 결과를 종합했다. HIV-양성 반응을 보인 여성 1589명의 유전 코드, 남아공 여성 120명으로부터 추출한 300만개의 유전자 수열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프레보텔라 비비아(Prevotella bivia)’라는 박테리아 수치가 높은 여성들은 그 수치가 낮거나 없는 여성들에 비해 질의 염증과 HIV 감염을 일으킬 확률이 19.2배나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박테리아가 HIV와 관련된 분자를 배출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연구팀은 688명의 여성들의 생식기의 박테리아 단백질도 분석했는데, 질 내부의 박테리아가 건강한 편인 여성들의 61%는 성병을 막아주는 살균제 성분의 약물이 효능이 좋았다. 그러나 질 내에 ‘가드레네렐레’ 박테리아가 많은 여성들은 약효가 거의 없었다. 이 박테리아가 살균 약물을 대거 흡수해버려 이 약물이 HIV와 싸우는 데 쓰이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가 제시하는 것은 젊은 여성들은 정기적으로 질 내 박테리아 감염 상태를 검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소의 살림 압둘 칼립 소장은 “이번 발견은 매우 주목할 만한 것으로, 젊은 여성과 소녀들이 HIV에 새로 감염되는 것을 막는 데 길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남부 지역에선 젊은 여성과 소녀의 에이즈 감염을 막는 것이 가장 큰 과제가 되고 있다.
이 연구결과는 남아공 더반에서 열리는 21회 에이즈 컨퍼런스에서 발표됐다.
이신우 기자 help@bodi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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