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대법원, 동성애 커플 '동반자 비자' 지급 판결
홍콩 대법원이 홍콩에서 거주하는 동성애 커플도 이성애 부부와 마찬가지로 ‘배우자 비자’를 받을 권리를 갖고 있다고 최근 판결했다.
홍콩 대법원은 동성애 파트너와 함께 살고 싶은 영국 여성 ‘QT'(가명)가 배우자 비자를 내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2014년 홍콩 이민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 같이 최종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동성애자들의 권리 신장 운동에 큰 파급효과가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동성애자 권리 신장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동성애 커플의 평등권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아시아의 세계도시인 홍콩의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해 왔다. 또 30곳 이상의 홍콩 은행·법률회사 등은 최고의 인재 유치를 위해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해 왔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의 잰 웨첼 수석 법률고문은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홍콩의 이정표이자, 아시아 전역의 동성애자 권리를 위한 분수령”이라며 환영했다.
QT는 2011년 방문자 신분으로 홍콩에 왔다. 당시 그곳에서 일자리를 얻은 동성애 파트너 SS와 함께 살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영국 국적을 가진 SS와 영국에서 ‘법적으로 공인된 동성 간 혼인관계’(same-sex civil partnership)에 들어간 지 수개월 뒤의 일이다.
QT는 동반자 비자를 신청했으나, 홍콩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홍콩에서는 결혼을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합으로 보기 때문이다. 동반자 비자가 없을 경우, 외국인 파트너는 단기 관광비자로 체류하되 취업을 할 수 없고 공공 서비스도 받지 못한다.
QT는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대우라며 홍콩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녀는 2016년 1심에서 패했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 고등법원은 그 같은 비자 정책은 간접적인 차별대우라면서 만장일치로 그녀의 편을 들어줬다. 이어 최근 홍콩 대법원도 승소 판결을 내렸다. QT는 성명을 내고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도 다른 유형의 차별과 마찬가지로 모욕적이고 비열한 짓이라는 점을 확인해 준 판결”이라고 밝혔다.
QT의 변호인 마이클 비들러는 이번 판결이 국외 거주자들은 물론 국내 거주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미국·캐나다 등 다른 나라에서 결혼하기 위해 해외로 나간 홍콩 거주자들의 경우, 주택·상속권·양자권 등 여러 분야에서 이번 판결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 이민청 대변인은 “정부는 이번 판결을 존중하며, 법률 자문 등을 거쳐 필요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홍콩대의 2017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의 약 70%가 성적 지향에 따라 차별하는 법률에 반대한다고 답변했다. 한편, 홍콩은 2022년 ‘게이 게임’(Gay Games) 개최지로 선정됐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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