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오염, 정자 기형 유발(연구)
남성들이 디젤 차량 배출가스 등 심각한 대기오염에 노출되면, 정자의 크기와 모양이 기형으로 변할 수 있다.
홍콩 중문대 최근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15~49세 대만 남성 6,500명의 정자 샘플을 검사하고, 2년 동안 참가자들의 가정에서 PM2.5 농도를 측정해 분석했다. 그 결과 정자의 크기와 모양은 매연에 의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연에 노출된 남성의 26%가 가장 형편없는 정자의 모양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상대적으로 더 심한 대기오염에 노출된 남성은 정상적인 정자의 크기·모양 측면에서 하위 10%에 해당하는 기형 정자를 가질 위험이 26% 더 높았다.
연구팀은 특히 구형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와 관련 있는 ‘PM2.5’라는 매연 입자에 대한 노출 사례를 분석했다. 이 입자는 매우 미세하기 때문에, 호흡으로 폐를 거쳐 혈류에 들어간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영국 대도시 50곳 가운데 43곳이 위험할 정도로 높은 PM2.5 농도를 보이고 있다. 영국에서는 매년 4만 명 이상이 대기오염에 따른 심장·질환과 치매 등으로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구팀은 “PM2.5 입자는 남성들의 생식건강에 큰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수십 년에 걸친 영국의 출산율 저하에는 여성들의 책임이 큰 것으로 간주돼 왔다. 하지만 공식 통계에 따르면 영국에서 수행된 시험관 아기 시술(IVF) 사례의 49%가 남성 생식력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특이하게도, 주변의 높은 대기오염 농도는 정자수의 뚜렷한 증가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일종의 ‘보상’ 메커니즘으로 정자의 모양과 크기에 대한 악영향을 나름대로 상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난임(불임)은 전 세계의 공중보건 관심사”라며 “2010년의 경우 4,850만 쌍의 부부가 난임이었던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PM2.5입자에 의한 대기오염이 정자의 형태에 미치는 영향은 공중보건의 중요한 도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영국 셰필드대 앨런 페이시 교수(남성생식학)는 “정자의 모양은 생각보다는 임상적으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어떤 확신을 갖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대기오염은 남성의 생식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영국 개방대 케빈 맥콘웨이 명예교수(응용통계학)는 “이번 연구 결과는 흥미롭지만, 한계성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깨끗한 대기환경에서 살아가야 할 건강상 이유는 많지만, 내가 생식력을 걱정할 정도로 젊다면 공기가 더 깨끗한 곳으로 이사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의학저널’(BMJ)의 자매지 ‘직업·환경의학’에 발표됐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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