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성관계한 남성 DNA를 흡수?" 가짜뉴스 성행
최근 가짜뉴스가 세계 곳곳에서 성행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건강·의학 분야에서도 “여성들은 성관계를 맺는 모든 남성에게서 DNA를 빨아들여 체내에 간직한다”는 내용의 가짜뉴스가 상당수 매체에 보도됐다.
‘최신 연구’라며 보도된 이 가짜뉴스의 발원지는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발행되는 일간 영자신문 ‘데칸 크로니클’이다.
이 영자지는 “여성들은 성관계 파트너에게서 흡수한, 살아있는 DNA를 몸 안에 간직하고 다니는 것으로 시애틀대학교와 프레드허친슨 암연구소의 공동연구 결과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유어뉴스와이어닷컴과 인포메이션 나이지리아 등 다른 사이트들도 “여성들, 콘돔 끼지 않고 성관계 맺은 남성들의 DNA를 흡수, 몸 안에 간직하고 영원히 유전적으로 결합돼” 제하의 가짜 뉴스를 보도했다.
그런데 이런 가짜뉴스는 앨버타대 윌리엄 찬이라는 생화학자가 주요저자로 2012년 온라인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처음 발표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뉴스의 진위를 가려주는 팩트체크 전문사이트인 ‘스놉스닷컴’(Snopes.com)가 지적한 것처럼, 이 연구는 부검한 여성들의 뇌에서 유전적으로 다른 남성 세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여성의 몸 안에 남성 세포가 존재하는 현상은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며, 마이크로 키메리즘 (microchimerism)으로 알려져 있다. 이 현상은 일반적으로 과거 임신했던 남자 태아에게서 흡수한 세포에 의해 통상 일어난다.
2012년 플로스 원의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보면 “의학적 키메리즘은 수혈 또는 이식수술 후 일어나며, 임신 후에도 일어날 수 있다”고 돼 있다. 또 “몸 안에 있는 박테리아인 장내 미생물(microbiomes)은 신체부위라기보다는 손님 같은 것”이라는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이 글은 “남자 마이크로 키메리즘은 남자 쌍둥이 형제 등을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어뉴스와이어는 이와 매우 다르고, 잘못된 결론을 이끌어냈다.
이 매체는 “여성이 정자를 흡수한 모든 남성의 DNA는 평생 여성의 살아있는 신체 부위가 된다. 이 연구의 검시 대상 여성들은 나이가 많았다”고 보도했다. 또 “정자는 살아 있다. 살아 있는 세포다. 그게 파고들어 혈류로 들어가 뇌와 척추에 모인다”는 내용의 가짜뉴스를 생산해 냈다.
한편 최근 최소 80명의 사망자를 낸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 사고에서 한 아기가 기적적으로 살아났다는 가짜뉴스가 소셜미디어에 널리 퍼졌다.
메트로유케이닷컴( metro-uk.com)은 BBC 방송 속보 그래픽까지 인용해 ‘기적의 아기’에 대한 뉴스를 보도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이 가짜뉴스는 페이스북에 35만회 이상 공유됐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은 가짜뉴스에 대한 각종 대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CNN 등의 가짜뉴스와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히는 등 전 세계가 이런 저런 가짜뉴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저작권ⓒ '건강한 성, 솔직한 사랑' 속삭닷컴(http://soxak.com)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