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동성애, 유전적 요인 크다
남성들이 동성애자·이성애자·양성애자 가운데 하나의 성적 지향을 갖는 원인은 오랫동안 호사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런 측면에서, 성적 지향을 주제로 한 연구는 성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국제 학술지 ‘성행동 아카이브’는 최근 ‘성적 지향의 수수께끼’라는 제목의 캐나다 레스브리지 대학교의 연구 결과를 담은 특별판을 발행했다. 이 연구 결과는 유전적 요인이 남성의 성적 선호 중 동성애의 근본 원인이라는 교차 문화적 증거를 제공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플레이보이 등 여러 매체에 글을 쓰는 성 전문작가 데브라 소(캐나다 요크대 박사과정)가 미국 대중과학잡지 사이언티픽아메리칸에 칼럼을 기고했다.
그에 따르면 멕시코 남부지방에는, 생물학적으로 남성인데도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여장남성’(muxes)이 있다. 그들은 ‘제3의 성’으로 인정받고 있다. 외모·행동이 남성과 비슷한 그룹(Muxe nguiiu)과 외모·행동이 여성과 비슷한 그룹(muxe gunaa) 등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서양 문화에서는 이들을 각각 동성애 남성과 성전환 여성이라고 부른다.
동성애 남성은 친밀한 가족이나 주요 보호자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분리불안을 어린 시절에 이성애 남성보다 더 많이 느낀다. 사모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서는 ‘제3의 성’도 이성애 남성들보다 어린 시절에 분리불안을 더 많이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레스브리지대 연구팀은 멕시코의 이성애 여성 141명, 이성애 남성 135명, 동성애 남성 61명, 성전환 여성 117명 등에게 분리불안에 대해 설문조사했다. 특히 6~12세 때 보호자에게서 분리되는 것과 관련해 고민하고 걱정했던 상황에 대해 점수를 매겨 평가하도록 했다.
멕시코 동성애 남성(여장 남성)은 캐나다·사모아의 동성애 남성과 마찬가지로 이성애 남성들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분리불안 증세를 보였다. 또 멕시코 여성과 동성애 남성·성전환 여성 들 간의 분리불안 점수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종전 연구에 의하면 불안은 유전될 수 있으며, 어린이의 특성과 행동에 따라 육아의 행태가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의하면 태아기에 여성에게나 적합한 수준의 성 스테로이드 호르몬에 노출될 경우, 성적 지향과 관련된 남성의 뇌 영역이 ‘여성화’돼 애착과 불안감에 영향을 미친다.
또 분자 유전학 연구 결과에 의하면, X염색체의 끝 부분에 있는 영역인 Xq28이 불안 증세와 남성의 동성애 성향을 나타내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일반적인 유전적 요인이 불안·동성애 성향을 드러내는 근본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성적 지향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도 폭넓은 관심과 논쟁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특정 사회정치적 의제를 지탱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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