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 매춘 여성 위한 '섹스 앰뷸런스' 등장
매춘 여성들을 위한 이동차량인 ‘섹스 앰뷸런스’가 최근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밤거리에 등장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8일 르포 형식으로 보도했다.
폭력과 착취의 위험에 처한 성 노동자들을 위한 피란처라는 명목으로 개조된 이 이동차량의 명칭은 ‘섹서랜스’(Sexelance)다. 포르노 전문점, 스트립 클럽, 매춘 여성 등으로 유명한 홍등가인 코펜하겐 중앙역 뒤편 거리에 세워져 있던 섹서랜스의 운영 책임자는 마이클 로드버그 올센이라는 남성이다.
자칭 사회사업가인 그는 이 차량에서 침대 역할을 하는 좁은 하드보드에 앉아 “앰뷸런스가 상하로 덜컹거리지만, 사람들은 그걸 좋아할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동차량 섹서랜스의 뒷문에는 ‘차가 흔들리면 노크하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다. 그는 매춘 여성들이 흔히 사용하는 용어를 사용해 “스웨덴은 자위행위(hand job), 프랑스는 구강섹스(blow job), 덴마크는 진정한 상호작용(interaction)"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차량 내부에는 매춘 여성들을 위한 안내판이 붙어 있다. 안내판은 폭력의 첫 징후를 발견하면 자원봉사자들이 경찰에 전화를 걸 것이라면서, 인신매매 피해자인 경우 연락해줄 것을 당부한다. 차 안에는 또 성 윤활제 자판기와 콘돔 상자가 놓여 있다.
로드버그 올센은 덴마크 국립사회연구센터의 통계를 인용해 “거리의 성 노동자들은 42%가 폭력의 위협에 직면해 있지만, 매춘업소에서는 그 비율이 3%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매춘 여성들에 대한 폭력이 난무해 자신과 자원봉사자들이 나섰다고 말했다.
길거리에서 고객을 기다리고 있던 루마니아 출신 매춘 여성 3명은 “고객들은 화장실, 주차장, 차 안을 선호한다. 방 같은 공간을 갖춘다면 고객들이 찾아올 것”이라며 섹서랜스에 대해 일단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하지만 코펜하겐 사람들은 로드버그 올센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그가 2011년 9월 앰뷸런스 차량을 개조해 마련한 덴마크 첫 ‘마약 안전주사 임시시설’인 픽서랜스(Fixelance)가 자국의 마약정책 변화에 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 첫 차량은 덴마크 국립박물관에 전시돼 있고, 전국에는 5곳의 영구시설이 생겼다.
마약 중독자들이 절도·매춘을 하지 않고 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그가 2013 년 창간한 마약 관련 잡지 일리걸(Illegal)은 현재 런던·샌프란시스코 등에서도 발행되고 있다. 캔과 병을 버리는 재활용 쓰레기통 옆에 비치된 ‘해적’상자는 돈을 벌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들에게는 안전한 수입의 원천이다. 이 상자는 덴마크 전역으로 확대됐다.
덴마크는 1999년 성매매를 합법화했으나, 성매매 종사자들에게서 이익을 얻는 행위는 여전히 불법이다. 이 때문에 성 노동자들은 건물을 임대하거나 운전기사나 경호원을 고용하기가 어렵다. 코펜하겐 자선단체 ‘거리의 변호사들’(Street Lawyers)은 섹서랜스가 법에 저촉되지 않음을 확인했다.
로드버그 올센은 “우리는 매춘업소를 운영하는 게 아니라, 길거리의 성 노동자들을 위한 피란처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녀들은 침대에 익숙하지 않으며, 자동차나 전화박스에 비해 실내가 더 편안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그녀들의 요구사항에 더욱 귀를 기울여 안전한 일터를 마련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발전기와 작은 히터를 갖춰 10m 떨어져 있는 이동 피난처가 무료라는 것을 알리는 녹색신호등을 자원봉사자들이 원격스위치로 켤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섹서랜스가 눈에 너무 띄기 쉽다는 지적도 있으나, 이 피란처가 언젠가는 사용될 것으로 확신하며 끈기 있게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로드버그 올센은 “활동 개시 후 첫 3시간 동안 8명이 헤로인 주사를 맞기 위해 들어왔던 픽서랜스와 달리, 섹서랜스가 첫 고객을 끌어들일 때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효과가 없을 경우, 우리 주변에 작은 호텔 같은 영구시설을 마련하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저작권ⓒ '건강한 성, 솔직한 사랑' 속삭닷컴(http://soxak.com)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