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내막증 환자 파트너에 '성 만족도 설문' 논란
“파트너가 자궁내막증입니까? 그게 성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칩니까?”
최근 호주 시드니대의 한 연구원이 이 항목이 포함된 설문조사를 환자의 남편들을 상대로 벌여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설문은 ‘자궁내막증이 남성 파트너에게 미치는 성적 영향’ 연구를 위해 작성됐다. 그러나 이는 고통 받는 자궁내막증 환자들을 무시한 처사로 심각한 논란 꺼리라며 많은 사람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자궁내막증 환자 이모겐 던레비는 “남성들의 성적 만족도가 환자들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며 분개했다. 그녀는 “여성들이 힘겹게 병마와 싸우고 있는 마당에, 남성과 그들의 성생활에 초점을 맞추는 연구는 이해할 수 없다”며 “남성들도 고통을 함께 나눠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연구원 제인 키니는 “남성에 대한 설문은 투병 중인 여성 환자에게 결국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일부 남성들은 삽입성교가 파트너에게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으며, 가능한 한 빨리 그런 상황이 끝나길 바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여성의 자궁내막증은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부부의 문제라는 게 내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자궁내막증과 유사한 자궁선근증 환자인 나탈리에(익명)는 “수술을 받기 전에는 성관계 때 엄청난 고통을 느껴 성관계를 중단했고, 남편은 고통을 줘서 미안하다고 말하곤 했다”고 회고했다. 그녀는 “우리가 가진 유일한 성관계는 내 주도로 이뤄졌지만, 남편의 불편함과 불안감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호주에는 자궁내막증 환자들을 위한 단체 ‘엔도액티브’(EndoActive)가 있다. 이 단체는 이번과 같은 조사를 통해 여성들이 자궁내막증 환자의 경험을 공유하게 하고, 환자들이 주도하는 연구에 기여한다. 이 단체의 공동 설립자로 모녀 사이인 레슬리 프리드먼과 실비아 프리드먼은 “남성들에게 애로사항을 털어놓게 하는 것은 부부관계를 더 건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비아는 “한편으로는 자신의 질병이 남성들에게 무시당한 데 대해 화를 내는 여성들이 과거에 왜 그렇게 많았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여성들이 성적 만족도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키니 연구원의 추론 및 조사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레슬리 모녀는 “자궁내막증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관련 연구가 800~1,000건이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남성들도 상담을 받을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인구가 약 2,300만 명인 호주의 자궁내막증 환자는 약 6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매년 77억 달러의 비용이 들고, 이 가운데 3분의 2는 생산성 손실에 따른 것이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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