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드러낼 권리 있다" 아르헨 여성들, 대규모 상반신 누드 시위

한 여성이 해변에서 상의를 탈의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사진=shutterstock.com)


아르헨티나에서 누드 일광욕 규정을 둘러싼 논란이 치열한 가운데 상반신을 드러낸 여성 시위자들이 주요 도시의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시위자들은 최근 해변에서 상반신을 드러낸 채 다닌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제지를 당한 여성들과 연대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 선’은 보도했다.

 

이번 시위는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비롯해 마르델플라타·로사리오 등 아르헨티나 주요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다. 발단은 약 2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도에서 남쪽으로 300km 떨어진 네코시아에서 비키니 차림의 여성 3명이 경찰 20명으로부터 상의를 입지 않으려면 떠나라는 지시를 받은 것이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 속했던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기절초풍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성적인 경제문제와 부패에 넌더리가 난 이들은 정부 당국의이 같은 과잉단속에 날이 갈수록 지쳐가고 있다.

 

성을 밝히길 거부한 노엘리아(28)라는 시위자는 “우리는 이 남성우월적인 사고방식을 속히 끝장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 몸의 소유자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우리가 원한다면 몸을 보여줄 수도 있다. 우리는 소비재가 아니다”라고 외쳤다.

 

정장 차림의 노인들이 근처의 사무실에서 나와 걸음을 멈추고 시위를 구경하며 미소를 짓거나 킥킥대며 웃었다. 일부 시위자들은 립스틱으로 알몸에 쓴 슬로건 “남성은 가라! 가라!”를 외쳤다. 일부 남성들은 시위자들과 셀카를 찍었지만 아마도 연대를 위해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고 더선은 보도했다.

 

좌파 정치인 빌마 리폴은 “모든 사람들은 TV에서 여성의 은밀한 부위를 보고 싶어 하는데, 현실에선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에는 아르헨티나 여성 수천 명이 전국적인 상반신 누드 시위에 참가했다. 이는 수도 근처의 한 공공장소에서 한 여성이 모유 수유를 하다 쫓겨난 데 대한 분노와 항의 표시였다.


김영섭 기자 edwd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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