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위에 대한 금기를 깨라

'체위의 역사'에는 인간의 체위가 32만여 가지나 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사진=shutterstock.com)


Q: 섹스에 정상체위라는 게 있나요. 남성들은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으면 “일단 자빠뜨리고 보라”든지, 아니면 “일단 덮치고 보라”고 조언합니다. 이 말은 암암리 ‘자빠지는 쪽’과 ‘덮치는 쪽’을 구별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렇다면 여성상위는 비정상 체위인가요.

 

A: 사람은 몸으로 살아갑니다. 이것처럼 분명한 사실은 없습니다. 몸으로 살아가기에 섹스가 가능해집니다. 섹스는 다른 몸을 소유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섹스체위는 다른 몸을 소유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섹스체위는 다른 몸동작과 비교해 특별한 만큼 슈퍼포지션’(super positions)으로 불립니다. 슈퍼포지션에는 어김없이 유혹이 들어갑니다. 유혹이란 어떤 몸이 다른 몸을 끌어당김입니다. 그런 유혹은 언제 어디서나 이뤄졌었고 지금도 어디선가 이루어지고 있을 겁니다. 무려 기원전 2000년 경, 그러니깐 지금으로 4000년 전 점토서판에도 다음과 시가 적혀있었답니다.

 

“그녀는 남자가 자신을 즐길 수 있도록 음부를 드러냈다. 6일 낮과 7일 밤 동안 쉬지 않고 여자를 소유했다.”

(『체위의 역사』 중 p.21)

 

안나 알테르와 페린 셰르셰브가 쓴 '체위의 역사'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몸을 소유하는 방식이 무려 32만 2천633가지나 된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스스로 금기를 정하고 일부 체위를 배척하기도 합니다. 인간에게는 ‘선교사 체위’만이 이른바 ‘정상’인 듯이 여겨집니다. 이 체위에서 남녀는 서로 엉덩이를 감추고 얼굴을 마주 보면서 성기를 맞춥니다. ‘선교사체위’로 불린 것은 가톨릭 신부들이 식민지 원주민들에게 이 체위를 가르쳤던 탓입니다.

 

“찌는 듯 덥고 습한 아메리카에 상륙한 신부들은, 알몸으로 생활하면서 어머니와 누이 등 여러 명의 여자들과 기상천외한 자세로 서로를 희롱하는 원주민들에게 당장 성스러운 체위를 가르치고 싶었다.”( 『체위의 역사』 중 p.31)


그 후 서양에서는 ‘선교사 체위’만이 ‘신성하고 성스러운 체위’였습니다. 통계상 선교사 체위는 인간 4명 중 1명이 선호하는 체위입니다. 그것은 종족번식에 유효하다고 여겨졌던 탓이기도 합니다. 여성이 아래에 자리함으로써 소중한 정액이 여성의 몸 밖으로 흘러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여성이 아래에 자리함으로써 암암리 여성은 남성에게 지배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부드러운 적을 자기 몸 아래 눕힐 때, 자신이 좋을 대로 그리고 편할 대로 그 적을 정복하고 길들일 때 남자가 거두는 승리는 더욱 크다.” (『체위의 역사』 중 p.30-31)

 

선교사 체위는 그렇게 남성 우위를 드러내는 체위로 널리 퍼졌습니다. 어느덧 선교사 체위를 포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태도이자 자연을 거스르는 태도가 됐습니다. 선교사 체위는 점차 인간과 짐승을 구별하는 기준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선교사 체위는 인간본능을 억압하면서 ‘관계 자체의 아름다움’을 제거하는 체위입니다. 선교사 체위는 욕망과 환상을 죽입니다. 더욱이 선교사 체위만을 고집하는 것은 인간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육체의 위대한 활동을 단조로운 위선으로 만듭니다. 선교사 체위만 고집하면서 인간은 더 이상 동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인간 말고 다른 모든 포유류 동물은 몸을 핥은 후에는 한결같게 후배위로 짝짓기를 하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 인간도 후배위로 짝짓기를 했던 동물이었을 겁니다. 일부 여성 조각상과 구석기시대 미술품에서 인류 최초의 여성은 몸을 구부려 파트너에게 몸을 바치는 동물적 자세를 취하고 있지 않습니까? 수렵생활을 했던 인간조상은 ‘아름다운 엉덩이’를 선호하는 동물이었습니다. 인간남성 조상들은 여성들을 후배위로 소유했었을 동물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럼에도 ‘자연스러운 인간체위=선교사 체위’라는 등식이라니!

 

인간도 동물입니다. 그런 만큼 인간에게만 고유한 체위가 있을 턱이 없습니다. 인간이 다른 동물 암수처럼 관계 맺지 못할 까닭은 없습니다. 언젠가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한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었다는 뉴스로 떠들썩했습니다. 특히 관심을 끌었던 건 부적절한 관계보다는 오히려 그 남녀가 맺었던 체위였습니다. 그 체위는 남자가 다리 사이에 여자를 가두고, 여자는 입으로 남자를 가두는 ‘펠라티오’였습니다. 펠라티오는 미국 대통령만 선호한 체위가 아니었습니다. 고대 로마 황제 티베리우스도 그랬다고 전해집니다.

 

“반쯤 기대어 누운 황제가 웅크리고 앉은 한 여인의 음부를 핥고, 또 다른 여성이 그의 성기를 빨고 있다.” 

(『체위의 역사』 중 p.51)

 

펠라티오는 어떤 미국 대통령을 포함하여 오늘날 21세기에 들어서 모든 이들이 즐길 권리를 주장하는 체위가 되었습니다.

 

‘쿤닐링구스’도 가능합니다. 여성은 똑바로 누워있고 연인은 그녀의 다리 사이에 누워 다리를 들어 올려 벌린다. 그리고 혀로는 항문과 음순을 공략하고 손바닥으로는 가슴을 쥐고 흔들”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남자가 성기를 여자 입에 집어넣고, 머리를 여자 넓적다리 사이에 넣는 ‘69체위’도 가능합니다. 또 여성은 남성을 말로 삼아 타고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호메로스 서사시 ‘일리아스’에 나오는 영웅 헥토르를 말로 삼아 올라탄 여성은 안드로마케였습니다. 헥토르를 올라탄 그 여성은 얼마나 늠름하게 보였을까요. 그런가 하면 여성은 두 젖가슴을 꽃다발 모양으로 만들어 그 사이에 남성 성기를 놓는 ‘넥타이’ 체위로 모성애를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이 서로 몸을 소유하는 체위는 다양합니다. 선교사 체위가 인간에게 유일한 체위는 아닙니다. 한때 그것 말고 다른 체위를 상상하는 것은 금기였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금기는 깨졌습니다. 아니 아직 깨지지 않았다면 이제라고 깨야 합니다. 금기를 깨지 않고서는 도저히 새로워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새로워져야 비로소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겁니다.

 

참고문헌 『체위의 역사』Super Positions, Anna Alter 외 지음, 문신원 외 번역, 열 번째 행성,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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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file

    고려대학교 철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북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이다. 인간 행위와 인간 본성, 인간의 삶을 다루는 윤리학에 대한 연구를 통해 다수의 논문과 책을 발표했다. 대표 논문으로 <윤리적 이기주의 연구>, <조건과 능력> 등이 있고, 저서로는 <이기주의론>, <사피엔스 에티쿠스 : 윤리란 무엇인가 묻고 생각하다>, <철학, 물음이 답이다> 등이 있다.
댓글
  • 이거... 다음 칼럼이 벌써 엄청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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