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자위


아내가 혼자 자위행위를 하는 것을 본 이후부터 정이 떨어지고 다시는 섹스할 재미가 없어졌다고 하는 남편이 있었습니다. 못난 소치이지요.

 

여자들도 자위를 많이 합니다. 최근 유럽과 미국의 통계를 보면 성인 남자의 96%와 성인 여자의 88%가 빈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위를 한다고 합니다. 한국의 통계는 믿기가 어려워 소개를 생략합니다. 앞에 소개한 여인의 경우 물론 아내는 아내대로 그럴 권리가 당당히 있는 겁니다. 만일 우연히 이를 봤다면 모른 척하는 것이 제일 좋고, 혹시 눈이 마주쳤으면 ‘혼자 그러지 말고 내가 도와주마’고 나섰어야 했습니다.

 

전에는 손으로 한다는 뜻의 수음(手淫)이라거나 핸드플레이란 말을 쓰기도 했는데 요즈음은 듣기 힘든 용어가 됐고,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한 성행동이란 의미의 자기애(自己愛)란 말을 쓰기도 합니다. 사실 이거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자신에 대한, 오로지 자신을 위한, 그리고 가장 자신에게 맞게 하는 행위가 아니겠습니까?

특히 같이 성을 즐길 수 있는 파트너가 없는 사람에게 자위행위야말로 원하는 성적 만족을 얻고 성적 긴장을 해소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지요. 또한 질 성교에 의하여 쉽게 오르가슴이 일어나지 않을 때 손이나 도구를 사용하여 성적 긴장을 해소하는 것 또한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여자의 자위는 편안하고 이완된 마음으로 문 잠그고 누어서 둘째나 셋째 손가락 끝에 약간의 윤활제를 바르고 음핵이나 그 주변을 살살 가볍게 만져주는 것으로 쉽게 시작하면 됩니다. 차차 두 손을 쓰면서 자신이 원하는 부위와 강도를 알아서 하면 되고요. 이때 성적 환상은 금상첨화가 되는데, 어떤 걸 해도 죄가 되지 않으므로 가능하면 진하게 또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걸 하라고도 합니다.

 

질 안에 무엇인가를 꼭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잘못하면 미혼여성이 처녀막을 손상시키거나 드물지만 병원 신세까지 지는 수도 있습니다. 책상 모서리에다 비비다가 출혈이 일어나서 음부가 테니스공보다 더 커져서 온 대학생도 있었습니다. 내가 산부인과 의사로서 가장 어렵게 제거한 물건이 탁구공이었고요. 필요하면 바이브레이터 같은 것을 써도 됩니다.

 

부부가 서로 해주는 자위 형태의 자극은 특히 중년 이후의 남녀에게 매우 유용한 방식입니다. 자기가 쾌감을 얻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그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이 쾌감을 느끼게 하여 그것을 보는 것은 더 큰 즐거움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혼자 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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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대 정년퇴임 후 서울여대 치료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10년간 ‘성학’을 강의했다. 아태폐경학회연합회(APMF), 한국성문화회, 대한성학회 등의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국제심신산부인과학회(ISPOG) 집행위원, 대한폐경학회 회장, 대한심신산부인과학회 회장 및 세계성학회(WAS) 국제학술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단기고사는 말한다>, <사춘기의 성>, <성학>, <섹스카운슬링 포 레이디>, <시니어를 위한 Good Sex 오디세이>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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