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다이어트

 

날이 무더워진다. 덕분에 생활 전반에 다이어트의 그림자가 커진다. 옷가지에도, 식탁에도, 또 침대 위에도. 섹스 다이어트라는 단어가 익숙해진 건 21세기부터인 것 같다. 여름처럼 옷이 가벼워지는 계절에, 여성지에서 이 단어를 자주 본다. 이젠 음식으로도 모자라 잠자리까지 다이어트 바람이냐며 언짢은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라면, 1+1, 멀티 태스킹과 같은 단어처럼 다이어트라는 말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본다.

 

일단 팩트부터 체크하자.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분 동안 열심히 섹스하면 무려 200 칼로리를 소모한다고 한다. 대략 삶은 달걀 3개 정도의 칼로리를 태우는 효과다. 물론 어디까지나 땀을 뻘뻘 흘릴 만큼 열정적으로 섹스를 했을 때의 이야기다. 게다가 피스톤 운동을 수행하는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더 잠자리 운동량이 많으리란 건 굳이 정확한 실험을 하지 않아도 답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섹스 다이어트는 ‘팔리는’ 아이템이다. 적어도, 여성 독자층에게는 말이다. ‘1+1’과 멀티 태스킹이라는, 21세기 트렌드의 반영이다. 서른은 새로운 스물이다, 같은 느낌? 유사 문구들은 만들기 나름이다. 섹스는 새로운 다이어트다, 애널은 새로운 질이다(?) 등등. 어린 시절의 나였으면 ‘어머, 대박. 섹스하면서 살도 빼는 거야? 그럼 다음 잠자리 때 꼭 해봐야지!’ 이런 생각을 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섹스 칼럼 한 번 쓰면서 어지간히 애쓰네, 라는 감상이 우선하는 시니컬한 어른이다. 그럴 의도는 아닌데 쓰다 보니 조금 슬프다.

 

여하튼 섹스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포지션들은 사실 여자의 오르가슴에 도움이 되는 동작들이다. 일단 여자가 남자의 위로 올라가야 하거든. 가만히 깔려(!) 있는 것보다야 훨씬 능동적인 자세다. 엉덩이, 허벅지, 허리를 자극하고 운동하는 데 여자가 위로 올라가는 것보다 좋은 건 없다.

또, 여성 상위에서 여자는 몸을 앞뒤로 움직여야 오르가슴 곡선이 오른다. 움직이면서 여자가 자신의 손으로 클리토리스를 만지면 좋다. 배려와 센스가 넘치는 남자라면 여자의 음핵을 자신의 손으로 어루만져 줄 거다. 강한 터치는 물론 노노다. 성기처럼 중요 부위에 손을 가져다 댈 때, 시작은, 자신의 눈두덩이 주변 피부를 매만질 때 정도의 강도다. 주름이 생길까 봐 살살 만지는 느낌, 아시죠?

여자가 위에 있을 때 스쿼트 자세를 염두에 두며 몸을 세우고 남자의 가슴 위쪽에 손을 두면, 하반신을 위아래로 움직일 때 아무래도 더 운동이 된다. 여력이 되면, 8자를 그리듯 엉덩이를 돌리면서 그의 페니스를 마치 자동차 기어처럼 다루며 움직이는 걸 추천한다.

 

후측위 같은 경우 허벅지 군살 제거를 의식한다면 여자의 한쪽 다리를 하늘 높이 올린다. 하다 보면 다리가 덜덜 떨릴 거다. 상대 남자는 자신의 섹스 능력 덕에 내 여자가 이렇게 몸을 떨어가며 오르가슴을 느끼는구나, 하고 기뻐할지도 모른다. 오래 만난 남자에게는 금세 들통나는 수법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한쪽 다리를 뒤로 높이 쳐들면 내가 뭔가 노리는 게 있다는 걸 상대방이 단번에 알아차리더라. 언젠가 내 남자도 나의 꼼수를 당한(?) 뒤 신신당부를 했다. 다음부턴 다리를 그렇게 높이 올리지 말았으면 한다, 자신의 뒤통수 언저리에 있는 내 다리가 무척 신경이 쓰인다고 말이다. 내 머릿속 다리 모양은 프리마 발레리나의 뒤로 차기 동작만큼이나 아름다운 선을 그리는데. 흠. 현실은 내 남자의 뒤통수를 언제라도 가격할 수 있는, 이상한 위치의 ‘무기’ 같은 느낌인 모양이다.

 

글/ 윤수은 섹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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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 자기계발우화 <나는 발칙한 칼럼니스트다>의 저자. 경향신문사 40기 출판국 기자로 출발, <레이디경향>, 에서 생활팀 에디터로 활약했다. <주부생활>, <마이웨딩>, <스포츠칸>, , <싱글즈>, <엘르>, <코메디닷컴> 등의 신문, 잡지에 솔직담백한 섹스칼럼을 실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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