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유일 모계사회, '모쓰오족' 방문기

중국 윈난성의 루구호.


 꼭 20년 전 아내와 함께 지구상에 유일하게 모계사회를 유지하고 있다는 모쓰오족이라는 채 2만이 안 되는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한 마을에 갔었다. 김포에서 상하이, 첸두, 시창까지는 항공편들을 이용할 수 있어 그런 대로 편하게 갔지만 거기부터는 정말 힘든 여행을 했다. 낡은 차로 몇 번씩이나 타이어를 바꾸어 가며 구절양장의 길을 이틀이나 걸려 중국 윈난 성의 미얀마 국경 부근 루구호(瀘沽湖)라는 데에 도착했다.

 

"우리는 결혼 같은 건 안 해요. 남자고 여자고 13살이 되는 해 설날에 성인식을 갖는데 그 때부터는 남녀 사이의 일에 대해서 아무에게도 간섭을 받지 않아요. 그래도 여자들은 보통 15살, 남자들은 17살쯤 되어야 짝을 찾지요."

 

마을 어귀에서부터 우리를 안내했던 타시지마라는 22살 여인의 얘기다. 영어까지 세 번을 번역해야 말이 통했다. "이 곳에서 제일 예쁜 여자는 남자를 한 200명쯤 만났을 거예요. 하지만 평균해서 남자는 4명, 여자는 7명쯤의 파트너가 있지요. 물론 1대 1로 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오후에는 그곳 마을에 사는 어떤 모녀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남자들은 밤에 모두 집에서 나가야 돼요. 잘 방도 없어요. 나가서 자기가 원하는 여자와 만나 하룻밤을 지나고 새벽이 되면 돌아와서 그 때부터는 집안일이며 바깥일을 하는 거죠." 어떻게 보면 이들이 얘기하는 소위 '방문결혼'은 실제로는 결혼을 안 하는 거다. 여하튼 현대사회에서 볼 수 있는 성과 관련된 그 숫한 범죄가 없을 뿐 아니라 모계 위주의 대가족제도에서 오는 경제적 이득이 크고, 부부사이의 의무나 이로 인한 갈등도 없고 매일의 가사 일도 훨씬 적다고 했다.

 

"당신들은 이런 제도를 좋아하나요? 그리고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경우는 없나요?"

"남녀가 왜 사랑을 못 느끼겠어요?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이 어디 그리 오래 갑니까? 얼마 지나면 또 마찬가지 아니에요?"

 

하룻밤에 끝날 수도 있으니 외모나 능력 때문에 파트너를 못 구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질투라는 단어는 번역도 잘 안 되었고 동성애나 성기능장애 같은 것은 그것이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이들의 성생활에도 규칙은 있어서 성교 중에는 반드시 불을 꺼야 하고 성교 이외의 다른 애정표시는 절대 하면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키스도 안 하느냐고 했더니 얼굴을 붉히는 것을 보면 그건 하는 모양 모양이다. 아이 또는 아버지가 누구인가를 서로 아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서로 애틋한 부자의 정을 느끼는 경우는 별로 없고 양육의 책임은 한 집에 사는 외삼촌이 진다고 했다.

 

그렇게나 당당한 이들 여성들을 보면서 어쩌면 아마존 여인국도 단순한 희랍신화가 아닌 사실에 근거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 눈동자가 마주쳤을 때 대부분 내가 고개를 먼저 돌려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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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대 정년퇴임 후 서울여대 치료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10년간 ‘성학’을 강의했다. 아태폐경학회연합회(APMF), 한국성문화회, 대한성학회 등의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국제심신산부인과학회(ISPOG) 집행위원, 대한폐경학회 회장, 대한심신산부인과학회 회장 및 세계성학회(WAS) 국제학술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단기고사는 말한다>, <사춘기의 성>, <성학>, <섹스카운슬링 포 레이디>, <시니어를 위한 Good Sex 오디세이> 등 다수의 저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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