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게으르게’ 즐기는 섹스


D는 섹스 중에 키스 같은 스킨십을 거의 하지 않던 남자였다. 처음에는 그냥 ‘그 짓’만 원하는, 질 낮은 인간인가 하는 의심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키스와 피스톤 운동을 같이 하면 오르가슴 곡선이 너무 ‘확’ 올라 나름 자제하느라 그런 거였더라고. 

오래 만난 커플의 경우 서로 익숙하다보니 섹스도 스킨십은 대강 건너뛰는, 게으른 섹스를 할 때가 종종 있다. D가 무척 예외적인 경우. 물론 전희도 열심히, 피스톤 운동 중에도 서로 자석처럼 딱 붙어서 열정적으로 즐기는 것이 베스트인 건 두말 하면 잔소리다.

 

살다보면 섹스는 오케이, 그렇지만 의욕이 굉장한 날은 아닐 때가 있다. 그럴 때, ‘전통적’인 섹스 팁으로, 소파나 욕실 등 장소를 바꾸어 무드를 업 시키라고들 한다. 음, 귀찮은 데? 라는 생각, 솔직히 이 글을 쓰는 나도 잠깐 했다. 게다가 ‘더 세게, 오래오래’ 같은, 이상적인(?) 섹스 슬로건 같은 것이 뇌리를 스치면 잠자리를 하려던 첫 마음마저 사라지려 한다. 섹스 말고도 우리네 일상은 이런 저런 에너지를 쓸 일이 많지 않나. 개인적으로 요즘 섹스 칼럼을 쓰는 것 말고도 집중하는 게 있다. 작곡을 배운다. 이 자리를 빌려 자랑을 좀 하겠다. 5월 3일 정오에 멜론을 제외한 모든 국내 음원사이트에, 그리고 5월 4일 멜론에 나의 첫 노래가 세상에 나온다. <벚꽃나무 아래에서>라는 보사노바풍의 팝 발라드다. 내가 작곡, 작사, 노래까지 다 했다. 최근 2주간 도쿄로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고 말이다. 그러다보니 잠자리에 투자할 에너지가 평소에 비해 ‘적어진’ 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예 안 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하는 게 낫다. 맛있는 음식, 따뜻한 목욕, 즐거운 대화 다 좋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잠자리를 하는 것만큼 심신을 편안하게 하는 것도 없는 것 같다. 대신, 상황에 맞게 섹스 ‘강도’는 다르게 즐긴다.

 

조금은 ‘게으르게’ 섹스를 하고 싶은 날. 게다가 D처럼 너무 많은(?) 스킨십이 조루의 위험마저 느낄 정도로 자극적이라면, 방법은 있다. 몸의 면적을 최대한 적게 하면서, 느긋하게 즐기는 거다. 그런 게 어디 있어? 라는 마음의 벽을 올리기보다 이것도 새로운 걸 해보는 ‘기회’라고 생각합시다. 네에. 긍정적인 마음 세팅 먼저.

머리를 서로의 반대 방향으로 두고 눕는다. 여자의 다리로 남자의 상체를 감싼다. 남자는 여자의 허벅지를 잡고 천천히 삽입한다. 몸은 서로 들러붙지 않아도 손은 놀게 내버려 두면 안 된다. 여자의 노는 손으로 남자의 고환을 자극하는 건, 게을러 터져 보이는 이 섹스 포지션에서 누릴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다. 좀 더 ‘게으른’ 장면을 연출하고 싶다면 영화감상을 위해 커플이 소파의 양 끝에 누워 있을 때 이 체위를 시도하면 좋다. 하다보면 섹스와 영화, 둘 중 하나를 선택할 타이밍이 반드시 온다. 물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섹스를 택하겠죠? 하던 피스톤 운동을 멈추고 영화에 몰입할 정도라면, 흐음. 그 정도로 파트너에게 감흥이 떨어졌다면 필사의 대책이 필요한 관계라고 본다.

 

서로 멀찍이 떨어져 있는 느낌에 ‘질릴’ 때 즈음 여자를 옆으로 눕게 한다. 남자는 여자의 머리를 바라보며 여자의 등 뒤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무릎 한 쪽을 여자의 다리 사이로 최대한 밀어 넣는다. 남자가 여자의 안쪽으로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다리를 벌린다. 남자의 섹스 의욕이 여자보다 조금 더 높을 때 추천한다.

반대로, 남자가 좀 더 게으르게 섹스를 즐기고 싶을 때는 무조건 여자를 위로 올린다. 남자는 베개를 베고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다리를 살짝 벌린다. 여자는 다리를 남자의 하반신을 가로지르듯이 앉아 남자의 다리와 여자의 다리가 직각을 이루도록 남자의 허벅지 위에 걸터앉는다. 이 때, 여자는 남자의 뒤쪽으로 팔을 벋어 몸을 지탱한 뒤 남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다리를 살짝 벌리면서 천천히 골반을 돌린다. 여자의 음부로 남자의 페니스를 와인 병의 코르크 마개처럼 끌어올리는 느낌으로 말이다. 이 자세는 남자가 위에서 밀어붙일 때에 비해 커플의 러브 스피드를 조절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여자에게는 깊숙한 아래 ‘그 곳’의 느낌 변화를 캐치하는 데 좋다.

 

‘게으른’ 섹스를 하다보면 평소에 비해 뭔가 미진한 감이 분명 느껴진다. 하지만 모자람이 있기에 사람들은 내일도, 다음 달도, 그렇게 섹스를 하는 거다. 목표는, 섹스를 즐기는 거지 완벽하게 해내는 건 아니다. 그리고 ‘완벽한’ 섹스라니. 완벽한 이상형만큼이나 안드로메다처럼 멀게 느껴지는 말이다. 


글/ 윤수은 섹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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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 자기계발우화 <나는 발칙한 칼럼니스트다>의 저자. 경향신문사 40기 출판국 기자로 출발, <레이디경향>, 에서 생활팀 에디터로 활약했다. <주부생활>, <마이웨딩>, <스포츠칸>, , <싱글즈>, <엘르>, <코메디닷컴> 등의 신문, 잡지에 솔직담백한 섹스칼럼을 실어 화제를 모았다.
댓글
  • 너무 감사합니다. 고운밤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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