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위에 있을 때 여자의 자세


섹스를 잘 하는 건 뭘까. 자연스럽게 하는 거다. 사실 발기부전 같은 경우도 어떤 면에선 자연스럽게 할 일을 너무 잘하려고 의식을 하다 보니 그런 거다. 모든 섹스 포지션 중에 별다른 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잘 할 수 있는 자세는, 누가 뭐라 해도 남자가 위에 있는 자세다. 남성상위.

 

남성상위는 인간 한정의, ‘자연스러운’ 포지션이다. 동시에 맹물 같다. 다양한 맛을 첨가할 수 있는 물처럼 모든 섹스 자세의 기본이다. 여자가 똑바로 누워 있다 살짝 엉덩이를 들기만 해도 좀 더 짜릿한 마찰을 기대할 수 있다. 아래에 깔린 여자친구에게 지배자 같은 아우라를 연출하려면 팔꿈치에 몸을 지탱해 파트너와 몸의 간격을 두는 거다. 약간 엄격한 얼굴 표정도 굿. 그녀와의 친밀함을 강조하고 싶으면 무게를 그녀의 몸에 실으면 된다. 여자는 남자를 뜨겁고, 딱딱한 무거운 이불 같은 느낌으로 받을 거다.

여자로서는 아래에 깔려 있으면 섹스의 리듬이나 강도 조절에 관해 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 좋다. 그래서 잡념이 들지 않을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어느 자세보다 딴생각이 더 자주 들기 쉬운 포지션이다. 이 자세가 지겹다는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이 자세를 수행하는 건 아닌 가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파트너에게 자신(특히 여자!)이 어떻게 보이는지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자세가 이 남성상위다.

 

나는 셀카를 찍을 때도 그렇지만 침대에서 섹스를 할 때도 머리카락 연출에 고민한다. 내 남자가 콘돔을 끼우는 동안 나는 머리를 베개 위로 전부 올릴지 한쪽 어깨로 모아 늘어뜨릴지 아니면 오른쪽 옆머리를 귀 뒤로 살짝 넘길지 등을 고민하느라 머릿속이 엄청나게 분주하다. 개인적으로 머리를 베개 위로 부챗살처럼 펼치는 걸 좋아한다. 피스톤 운동으로 인한 흥분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릴 때 내 입술 사이로 머리카락이 살짝 물리면 더 섹시하게 보이는 것 같아서 말이다. 이때 머리 연출과 더불어 시선을 살짝 남자에게 돌리면, 효과 최고다.

사실 나는 섹스할 때 남자와 시선을 잘 맞추지 않는 편이다. 눈을 뜨고 있을 때도 주로 남자의 귀를 쳐다본다. 그래서 한 번은 나름의 성의(?)를 보이기 위해 남자가 뒤에서 진입할 때 애써 힘들게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치려 했지만 돌아온 건 “아파? 왜 그래?” 와 같은 걱정 어린 말이었다. 내 각본대로라면 서로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전기가 파팍 튀어 하반신을 붙인 채 격렬하게 키스! 인데 말이다. 하긴 평소라면 어깨를 납작하게 내리거나 더 흥분하면 상체를 침대 아래쪽으로 내려 질의 ‘포만감’에 강도를 더할 텐데, 별로 유연하지도 않은 허리를 억지로 틀어 굳이 눈을 쳐다보려 하니 내 남자가 의아해할 만하다.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니 흐름도 삐걱했다. 그냥 자연스레 눈이 가는 대로 내버려두면 될 일을.

돌이켜보면 눈빛으로는 이미 여러 번 남자의 상의 단추를 끌렀으면서 정작 침대에서 남자의 몸을 자연스럽게 보는 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육욕에 젖어 잔뜩 흐트러진 상대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게 부끄러웠다. 나도 저런 동공이 풀린 눈을 하고 있겠지 하고 생각하니 더더욱 남자의 눈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옷을 벗은 지 2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절정에 오른 마냥 고개를 최대한 뒤로 꺾기, 왼쪽 귀 최상단에 시선을 두어 초점 흐리기, 상대의 입술을 뚫어져라 보며 키스를 유도하기 등 시선 관리가 힘들 때 내가 자주 쓰는 방법이다.

 

여하튼 다 지난 이야기고, 최근 잠자리 개인 리뷰를 통해 얻은 것은 있다. 내가 수줍어서 혹은 눈동자를 직시하는 데 힘이 드는 한국인 특유의(?) 매너 때문에 상대방의 시선을 피하는 건 아니란 것을. 비주얼보다 사운드에 약할 뿐이다.

나는 소리와 진동에 반응이 강하다. 쾌감을 이기지 못하고 헉헉 대는 남자의 신음소리를 귓속으로 또, 귓불에 전해지는 떨림으로 엄청 흥분한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의 머리를 귀 옆으로 끌어당기고 있더라. 고개가 자꾸만 측면으로 돌아가는 것도 귀를 애무해 달라는 본능적인 몸짓이었을 뿐. 내 눈이 남자의 얼굴에 내내 가지 않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러니 혹시 당신의 파트너가 섹스 내내 눈을 감고 있다 해도, 괜찮다. 그게 그 순간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면 말이다.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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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 자기계발우화 <나는 발칙한 칼럼니스트다>의 저자. 경향신문사 40기 출판국 기자로 출발, <레이디경향>, 에서 생활팀 에디터로 활약했다. <주부생활>, <마이웨딩>, <스포츠칸>, , <싱글즈>, <엘르>, <코메디닷컴> 등의 신문, 잡지에 솔직담백한 섹스칼럼을 실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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