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위 컨트롤 게임, S&M


남성이 뒤에서 삽입할 때 여성의 뒷머리에 키스를 한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사랑법. 이때, 그녀의 머리채를 한 손으로 잡아 옆으로 조금 힘주어 잡아당긴 뒤 귓가와 가까운 뒤통수에 입을 가져 댄다. 몸의 뒤쪽에 모든 성감대가 달린 마냥 반항 없이, 여성이 남성에게 자신을 내맡기면, 침대 풍경은 순식간에 S&M(사디즘과 마조히즘)으로 바뀐다. S&M 사랑의 핵심은, 침대 위 컨트롤을 상대에게 온전히 내주는 데 있으니까.


오래전, 토론토에 살 때였다. 시내에 있는 예술영화관이란 곳을 갔는데, 처음으로 본 영화가 어느 아티스트 커플의 S&M 사랑의 모습을 찍은 다큐멘터리였다. 프란체스카 여사를 닮은 부인이 남자 파트너의 고환에 바늘을 꽂고, 항문에 작은 메탈 공들을 밀어 넣는 장면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데, 터져 나오는 구토를 참으며 입을 틀어막고 튀어 나가는 젊은 백인 남자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지병 때문에 산소 호흡기를 달아야 제대로 숨을 쉬는 남자 주인공이었는데, 육체-특히, 성기-에 가해지는 거대한(!) 고통에도 신음만 내지를 뿐 일절 반항하지 않는 것이 무척 인상 깊었다.

이보다 수위가 조금 낮지만, 손발을 묶은 파트너를 채찍으로 때리거나 뜨거운 촛농을 상대의 배 위에 떨어뜨리는 가학적인 사랑법은 이제 독립영화뿐만 아니라 거대 할리우드 영화(예컨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도 나오는 시대다. 물론, 성인 에로물에도 당당하게 한 카테고리를 차지하는 S&M. 하지만 내 남자와 내 여자가 자신의 볼기짝을, 사전 동의도 없이 회초리로 마구 내려친다면? 단지 사랑의 즐거움을 이유로 말이다. 그 일을 계기로 헤어지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사실 판타지로서, 이 S&M은 여성에게 인기 있는 종목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30%가 ‘남자의 모든 소망에 복종하는 노예’ 섹스 판타지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혹여 이런 가학적이고 굴욕적인 섹스 판타지를 잠시 꿈꿨다고 자신을 너무 변태로 몰아붙이지는 마시라. 다른 사람들도 당신과 같은 판타지를 생각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당신이 손끝 하나 까딱하기 싫을 때, 이 섹스 판타지는 더욱 간절해진다.


파트너의 리듬을 최대한 당겨 잠자리를 얼른 끝내고 싶은 때가 있다. 그런데 평소 침대의 리드를 절대 양보하지 않는 남자(여성이 위로 올라가는 자세도 못 마땅할 정도로!)가 하필이면 이럴 때 그의 위로 올려 혼자 움직여보라고 독려한다면... 아, 차라리 볏짚 인형처럼 파트너 마음대로 나를 쥐고 흔들어줬으면 하는 게 더 솔직한 심정. 나만 이런 경험을 했을 리 없다는 데 한 표 던진다. 


단순한 여성상위가 아닌 S&M 스타일의 침대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다면, 똑바로 누운 남자 위로 여성은 무릎을 꿇고 앉는다. 그리고 하반신 정중앙을 정확히 남자의 입으로 향할 것. 당신의 은밀한 ‘남쪽’ 애무를 소홀히 하는 남자를 한 방에 순종케 하는 방법이다. 물론 여성은 엉덩이를 스스로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자신의 성기에 닿는 압력과 위치를 확실하게 컨트롤할 수 있다. 또, 파트너의 섹스 집중도를 단숨에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입으로 성기 물기를 추천한다. 말 그대로 자근자근 물어뜯을 듯이 움직이는 것이 포인트. 이로 살짝 긁듯이 애무하는 것은 소프트한 S&M 테크닉.


여하튼 S&M 사랑의 핵심은 컨트롤과 종속이지만 가끔 가벼운 꼬집기나 살 때리기로 일상 섹스의 맛내기를 더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섹스에 집중하지 않는 상대방의 젖꼭지를 살짝 꼬집어 쥐어트는 정도는 애교다. 또, 스카프로 눈을 가리고 손목을 묶는 테크닉처럼 움직일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상대방이 주는 쾌감에 온전히 집중하게 하는 S&M 사랑법의 고전도 한 번씩 커플의 일상 섹스에 등장하면 좋은 아이템이다. 물론 이 모든 S&M 테크닉과 장치를 통해 흥분을 느끼려면 무엇보다 파트너를 100% 신뢰할 수 있을 만큼 안전하고 편안한 분위기 조성이 우선해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 몸을 섞으면서 이 짓 때문에 아파서 죽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면 곤란하니까.


글/윤수은 섹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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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 자기계발우화 <나는 발칙한 칼럼니스트다>의 저자. 경향신문사 40기 출판국 기자로 출발, <레이디경향>, 에서 생활팀 에디터로 활약했다. <주부생활>, <마이웨딩>, <스포츠칸>, , <싱글즈>, <엘르>, <코메디닷컴> 등의 신문, 잡지에 솔직담백한 섹스칼럼을 실어 화제를 모았다.
댓글
  • 정말 아랫도리끼리의 가학적 만남이 애를 태우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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