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좋은 여자, 명기의 조건

[이성주의 생식기 탐험] ⑨ 질과 G스폿


연극 ‘Vagina Monologue’는 우리나라에서 ‘보지의 독백’으로 번역됐지만, 엄밀히 말하면 ‘질(膣)의 독백’이다. 보지의 영어는 ‘말다(Roll)’는 뜻의 라틴어 ‘Volvere’에서 온 ‘Vulva.’ 반면 질(Vagina)은 ‘칼집’을 뜻하는 라틴어 ‘Vāgīnae’에서 온 말이다. 질이 칼집이라면 자지가 칼이라는 뜻일까?

 

질(膣)은 질어귀에서 자궁경부(자궁목)까지 근육과 점막으로 이뤄진 관이다. 출산 때 임부가 제왕절개 수술을 받지 않는다면 아기가 세상의 문을 열기 위해 나가는 통로이고, 남녀가 뜨겁게 사랑을 나눌 때 자지가 피스톤운동을 하면서 마찰하는 곳이다. 한 달에 한 번 생리혈이 빠져나가는 곳이기도 하다.

 

사람의 질에선 오줌이 나오지 않는다. 성관계 때 오줌이 나와도 질이 아니라 질어귀 바로 위 요도구멍에서 나온다. 암컷 포유동물은 대체로 생식 통로와 요도가 분리돼 있어 수컷과 구분된다. 대체로 암컷의 성 기능을 하는 구멍은 요도 구멍보다 크다. 반면 양서류, 조류, 파충류, 당공류(알을 낳고 젖을 먹이는 동물)의 암컷은 소화관, 요도, 생식관이 한꺼번에 있는 배설강(排泄腔)을 통해 대소변, 알을 배출하고 섹스를 한다. 달걀에 닭똥이 묻어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런 점을 들어 여성이 생식기의 측면에서는 남자보다 진화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과학적 주장’도 때에 따라서 해야 한다. 2012년 국회의원 공천을 받은 한 정치인은 과거 한 강의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진화했다”면서 “해부학적으로 구멍도 두 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던 사실 때문에 ‘여성비하 논란’에 휩쓸려 공천 취소를 당한 적도 있다.

 

질은 여자가 서 있을 때 땅에서 60도 정도 기울어져 있으며 평소 8~9㎝의 앞벽과 10~11㎝의 뒷벽이 붙어 있다가 일이 있을 때 벌어진다. 보통 때에는 질의 앞뒤 벽이 붙어있어야 하는데, 근육이 이완돼 있으면 여기에 공기가 고여 있을 수 있다. 성관계 때 또는 자세가 바뀔 때 질방귀를 뀌는 것은 이렇게 고인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이다.

 

여성 생식기와 질


질벽은 3개 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입안 구조와 비슷하고 주름이 많은 점막층과 혈관, 림프관 등이 풍부한 점막고유층 △섬유근육층 △바깥막으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구조는 방광벽 쪽의 앞쪽 질벽과 직장 쪽의 뒤쪽 질벽이 같다. <그래픽 참조>

 

질도 사람 얼굴처럼 모양과 구조가 제각각이다. 얼굴이 아름다우면 미인이라고 하듯, 예부터 동양에서는 질이 좋은 여자를 명기(名器)로 불렀다. 일본에서는 ‘긴자쿠’라고 부르는데, 어느 한 쪽이 조여지도록 만들어져서 물고기가 들어오면 자기 힘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돼 있는 촘촘한 그물망인 ‘건착망(巾着網)’에 비유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긴자의 여인이라는 뜻의 '긴자꼬((銀座子)’가 유래라고도 하는데, 긴자쿠 설이 더 쫄깃하다.

 

그렇다면 명기는 어떤 것일까? 중국의 《소녀경》(素女經)에서는 명기의 조건으로 일상(一相), 이모(二毛), 삼수(三水)를 들었는데, 질이 비교적 앞쪽에 위치하고 음모가 많지 않으며 애액(愛液)이 많아야 한다는 것. 소녀경에서는 또 ‘불에 댄 것처럼 화끈거리지만, 뜨겁지 않고 힘 있게 조이되 부드러워야 한다’고 명기의 조건을 들었다. 인도의 성 경전 《카마슈트라》에서는 ‘고품질의 조건’으로 ‘남성이 들어올 때엔 느슨하게 풀어주고 나갈 때에는 강력히 잡아야 한다’고 돼 있는데 긴자쿠 설과 비슷하다.

 

일본에서는 명기의 조건에 대한 여러 설이 난무한다. 일본 만담가들이 꼽는 명기의 조건으로는 △질 안에 지렁이 1000마리가 꿈틀대고 △질 천장에는 좁쌀 또는 청어알 수 천 개가 붙어있고 △질 입구는 자루가 조이거나 △문어 잡는 항아리처럼 자지가 빠져나가기 힘들며 △철버덕철버덕 애액이 넘칠 것 등이 있다.

 

명기의 조건 중 하나로 삼는 애액은 무엇일까? 질벽에는 샘이 없기 때문에 액체가 나올 수가 없는데, 왜 사랑할 때 질은 촉촉해질까? 어떤 여자는 연산군의 애첩 장녹수처럼 애액이 철철 넘쳐 이불보를 적실까?

 

애액이 어떻게 생기는지에 대해서 의학자들은 갑론을박하고 있다. 대부분은 질 상피에서 땀이 나오는 메커니즘과 비슷하게 액체가 스미어 나온다고 하지만, 어떤 이는 자궁경부와 그 바로 앞의 질궁(膣宮·Fornix)에서 점액이 나온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질 분비액에는 노화로 떨어져 나온 질벽 상피세포, 자궁경관 점액, 자궁내막과 나팔관 분비물 등으로 이뤄져 있다. 여성이 흥분되면 이들 분비물과 큰질어귀샘(바르톨린샘)과 작은질어귀샘(스킨샘)에서 나오는 점액 등이 섞이면서 일종의 화학작용이 일어나 애액이 증가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자장면을 먹을 때 고춧가루를 잔뜩 치고 비벼서 침을 흘리며 먹으면 물이 많아지듯, 질 환경이나 뇌의 여성호르몬 자극 메커니즘에 따라서 애액의 분비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질에 손가락을 넣어 맛을 보면 시큼하다. 질은 평소 pH 3.5~4.5의 강산성인데 유산, 간균 등의 ‘방어 세균’이 질 상피세포의 글리코겐을 유산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높은 산성도는 질 내의 다른 세균이 성장하는 것을 억제하고 세균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그렇다면 명기는 선천적인 것일까, 후천적인 것일까? 아마도 두 부분이 다 작용할 것이다. 다만 선천적으로 지렁이가 꿈틀대고 청어알이 자극하는 그런 질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르가슴에 따라 질 섬유근육층이 꿈틀대서 점막층과 점막고유층을 뒤틀면서 순간적으로 명기로 면모한다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

 

후천적으로 훈련을 받으면 명기가 되기도 한다. 질은 항문을 조이는 두덩꼬리힘살과 연결돼 있으며 항문을 조이면 질 입구도 조이게 된다. 이 때문에 항문을 조이고 푸는 케겔(Kegel) 운동을 하면 ‘질 좋은 여자’가 되는 것.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 미아리 텍사스촌을 비롯해서 우리나라의 사창가에서는 윤락녀들이 ‘묘기 대행진’을 보여줬는데, 질어귀에 담배를 물고 도넛 모양의 연기를 만드는 것은 보통이었다. 질 근육에 힘을 줘서 피고 있던 담배를 쏘아 천장에 걸려있는 풍선을 터뜨리기도 했다. 맥주병을 따는 것은 여사였고, 심지어 질에 붓을 박고는 한석봉 뺨치는 명필로 ‘忠孝’ ‘愛國’ 등의 한자를 멋들어지게 쓰기도 했다. 모두 두덩꼬리힘살을 단련해서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요즘에는 질의 ‘G스폿’(G-spot)이 뜨겁게 주목받고 있다. 여성 오르가슴의 원천으로 당연시되고 있고, 누군가 손가락으로 이곳을 능수능란하게 자극하면 여성 사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의학계의 정설은 아직 ‘G스폿도, 여성사정도 없다’이다.

 

G스폿의 존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G스폿이 질 입구에서 3~4㎝ 안쪽에 위치한 100원 동전 크기의 질 내 구조물이며 질 전벽 점막 뒤에 있다고 설명한다. 집게손가락 2마디를 질에 넣은 뒤 앞으로 구부리면 만져진다고 말한다.

 

G스폿은 1950년 독일 산부인과 의사 에른스트 그래펜베르크가 발견했지만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1981년 미국의 성의학자 베벌리 위플과 존 페리가 그래펜베르크 스폿(Gräfenberg spot). 줄여서 G스폿이라고 부르면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주류 의학계에서는 G스폿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대세다. 2012년 미국 예일대 부속병원 연구진은 “1950~2011년 이와 관련된 의학, 과학 논문을 샅샅이 뒤졌지만 G스폿의 객관적 증거는 없다”고 《성의학 저널》에 발표했다.

 

그렇다면 G스폿 옹호론자들이 말하는 곳에서 만져지는 ‘볼록한 그것’은 무엇일까? 많은 의학자들은 질의 구조상 그런 느낌이 나는 부위가 있겠지만, 그것이 오르가슴의 원천 또는 여성사정의 방아쇠가 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성의학자들은 여성의 공알(클리토리스)이 오히려 오르가슴의 원천인데 G스폿이라고 부각된 부위가 공알의 뿌리에 있을 따름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G스폿 옹호론자들은 G스폿을 자극하면 여성도 사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어떻게 된 것일까? 여성 사정은 영어로 ‘Squirting’이라고 하는데, 액체나 가스가 찍 나오거나 그것들을 찍 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다. 일본어에서는 ‘시오후키’(しおふき)[潮吹き]라고 하는데 ‘고래가 바닷물을 내뿜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산부인과 전문의 사무엘 살라마가 2015년 여성 사정을 한다는 여성 7명의 ‘사정액’을 분석해봤더니 오줌과 성분이 같았다는 연구결과를 《성의학 저널》에 발표했다. 결국 사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줌을 싸는 것일 따름이라는 설명이다.

 

의학자들은 여성이 남자처럼 사정할 수 없는 이유로 여성에게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해부학적 구조물이 없다는 점을 댄다. 물론 여성 사정이 아예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오르가슴을 느끼면 스킨샘에서 분비물이 나오는데 그것을 여성사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의학자들은 시오후키를 포르노 제작자들이 만든 허상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많은 여성 포르노 배우들은 여성사정을 연출하기 위해서 성행위 전 물을 몇 컵이나 먹는다고 고백했다.

 

(도움말=김원회 부산대 의대 산부인과 명예교수, 전주 소피아여성병원 두재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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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file

    출생
    1965년 9월 10일 경북 고령군

    현직
    ㈜바디로 대표, ㈜코리아메디케어 대표

    학력
    고려대 철학과 학사
    연세대 보건대학원 석사

    경력
    1992~2006 동아일보 기자
    2004~2005 미국 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원 초빙연구원
    2009~현재 대한의료윤리학회 이사
    2010~현재 나누리의료재단 이사

    저서
    “황우석의 나라”(2006)
    “대한민국 베스트닥터”(2004)
    “뇌의학으로 본 한국사회”(2004)
    “인체의 신비”(2003) 등 10권

    수상
    대한민국 청년대상 신문기획보도 부문(2000)
    팬텍 과학기자상(2001)

    국내 첫 성 포털 속삭닷컴과 헬스2.0 포털 코메디닷컴을 이끌고 있다. 동아일보 의학 기자 때 약한 성기능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성 기사와 성 칼럼을 썼으며 중앙일보에도 1년 동안 성 칼럼 ‘이성주의 아담&이브’를 연재했다. 현재 아침마다 30여만 명에게 ‘건강편지’를 보내고 있다. “황우석의 나라” “뇌의학으로 본 한국사회” 등 10권의 책을 펴냈다.
댓글
  • 그럼, 여성은 신체구조상 사정을 할 수 없는 구조안가요?
    • 네... 최소한 대부분의 의학자들은 스쿼팅이 자기 만족의 착각이라고 봅니다. 오르가슴 때 오줌을 싸는 것을 사정이라고 착각하는 것이죠.
  • 여성의 성은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많네요
  • 미아리 텍사스촌... 인간문화재로 남겨야 할 듯한 기술인데... 저걸 어떻게 아셨어요? 혹시 가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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