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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일처제, 인간의 본성인가?

모든 남녀문제는 일부일처제, 곧 어느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배우자로 독점하는 제도에서 비롯된디. (사진=shutterstock.com)


Q> 영화감독 홍상수와 영화 <아가씨> 주연 김민희의 스캔들로 떠들썩합니다. 홍 감독이 아내에게 이혼을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비난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스타 등 유명인의 외도가 이처럼 큰 비난거리는 아닌 것 같은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그럴까요? 어떤 철학자는 베스트셀러에서 “사랑은 가정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라고 규정한 바도 있는데 말이지요. 두 남녀가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점에서 잘못한 것이겠지요? 우리는 두 사람에 대해 어디까지 비난할 수가 있을까요?

 

A> 문제는 일부일처제입니다. 일부일처제로 말미암아 ‘혼외정사’. ‘불륜’. ‘간통’ 등이 생깁니다. 소설 『주홍글씨』에서도 주인공 헤스터는 남편 없이 아이를 낳았다는 죄목으로 심문대에 서야 했습니다. 군중은 아이의 아비가 누구인지 밝히라고 아우성쳤습니다. 손가락질과 쌍욕으로 그녀를 저주하면서 말이지요.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 품안에서 아이는 하늘을 찌를 듯 울어댔습니다. 마침내 그녀는 주홍글씨 ‘A’를 목에 걸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A’는 ‘Adultery’의 맨 앞 글자였습니다. 본래 뜻은 ‘어른스러움’이지만 ‘간통했음’의 표시였습니다.

 

주홍글씨는 ‘자유’다

 

주홍글씨를 목에 걸고 헤스터는 어린 딸과 인적 드문 숲에서 지냈습니다. 외롭게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면서 헤스터는 무려 7년 세월 동안 주홍글씨, 그 진정한 의미를 묻고 또 물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외롭게 살면서 헤스터는 자기 목에 걸린 주홍글씨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녀는 주홍글씨가 가진 의미는 자유였음을 깨달았습니다. 그 깨달음이란 인간 본성(human nature)을 그 누구도 거스를 수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주홍글씨 ‘A’로 인간 본성을 억압할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마침내 그녀는 주홍글씨 ‘A’를 가슴에서 떼어내 낙엽더미로 내던졌습니다.(『주홍글씨』, The Scalet Letter, 너새니얼 호손. 조승국 옮김, 문예출판사, 2013, p.207)

 

주홍글씨 ‘A’는 일부일처제에서 비롯된 처벌방식입니다. 일부일처제, 과연 인간 본성에서 비롯한 걸까요. 아닙니다. 인간 역사를 통틀어 사회마다 나름대로 고유한 결혼제도가 있었습니다. 일부일처제는 그중 하나일 따름입니다. 전 세계에서 현재 일부일처제를 요구하는 문화는 전체의 2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대다수 문화가 일부다처제입니다. 드물지만 일처다부제도 있습니다. 인류학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 40% 사회가 혼외성행위를 허용합니다. 오히려 어떤 문화에서는 아내를 다른 남자와 나누는 것을 규범으로 삼습니다. (『욕망의 아내』Insatiable wives, 데이비드 레이David J. Ley 지음, 유지화 옮김, 2011, 황소걸음, p.177)

 

아내를 독점해야 하는가

 

이뉴잇(Innuit) 전통에 따르면 남편은 손님에게 기꺼이 아내를 내줘야 합니다. 이뉴잇 사람들은 일부일처제를 규범으로 삼지 않습니다. 이뉴잇 사람들에게 혼외성관계는 오히려 친절한 예절입니다. “남편들은 가끔씩 다른 남자들과 기꺼이 아내를 나누고자 했다.”(p.179) 다른 남자들과 자기 아내를 나누는 이뉴잇 남편들은 다른 남자를 ‘또 다른 나’라는 뜻인, ‘아이팍(Aipak)’이라고 불렀습니다. “두 남자가 아내를 나누는 것은 상대에 대한 헌신을 약속하는 계약 형태로 기능했고....한 남자가 죽임을 당하거나 도전을 당하면 ‘아내를 교환한 파트너가 나서서 방어하거나 복수했다.”(p.180)

 

일부일처제가 아니라면 여자가 여러 남자들과 혼인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한 여자가 여러 남자 형제들과 결혼하는 경우가 그 예이지요. 그 경우 태어난 자식들은 같은 유전자를 가집니다. “이런 예는 티베트, 네팔, 스리랑카 같은 동양 일부에서도 볼 수 있었다. 형제들이 한 여자와 결혼하는 형제다부혼은 인도 일부지역에서도 행해졌다.”(p.184)

 

“무슨 선물이든 다섯 형제가 나누거라”

 

인도에서 전해지는 어떤 이야기에는 ‘드라우파디’ 공주가 등장합니다. 이 공주가 유난히 아름다웠던 터라 청혼하는 남자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공주와 결혼할 수 있는 사람을 가려내려고 궁술시합이 벌어졌지요. 궁술시합에서 최종 승자가 가려졌습니다. 그 최종 승자는 다섯 형제와 함께 참가했었습니다. 최종 승자는 형제들과 함께 집으로 공주를 데리고 왔지요. 최종 승자는 어머니에게 어떤 선물과 함께 왔는지 보라고 자랑스레 말했습니다. 어머니는 미처 보지도 않은 채 무슨 선물이든 다섯 형제가 사이좋게 나누라고 일렀습니다. “어머니 명에 따라 다섯 형제 모두 드라우파디 공주와 결혼했다.”(p.178) 티베트에서도 형제 4~6명이 한 여자와 결혼합니다. “이런 가족은 아내 ‘나누기’를 주관하는 규칙을 잘 세우고 조화롭게 살았다.”(p.184)

 

일부일처제는 한 사람이 한사람을 독점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일부일처제가 인간 본성에 부합하는지 정녕 의심스럽습니다. 일부일처제는 인간에게 조금도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오늘 날 인류는 이제껏 일부일처제에 따라 살아왔던 만큼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으로 믿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일처제에서는 결혼이 곧 행복인 것처럼 여기기도 합니다.

 

열정 다음에는 지루함

 

결혼이 곧 행복으로 들어가는 문일까요. 그렇지 않다고 시인 셀리(P. B. Shelly)는 읊습니다. “세상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 아내나 벗을 가려내고 나머지는 차디찬 망각에 맡기라 한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 세상도리다. 가련한 노예가 지친 발걸음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고단한 길, 인생행로 그 넓고 먼 길을 쇠사슬에 묶인 친구, 적일지도 모를 그와 함께 처량하고도 지루한 길을 간다.”

 

남녀는 처음 뜨거운 열정으로 사랑하다가 그 다음 결혼합니다. 둘 사이에 자식이라도 생기면 부부는 자신들의 결혼을 지속시켜줄 굳건한 토대를 만들었노라고 장담합니다. 그렇지만 인간 본성, 곧 본능을 어쩌겠습니까.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여전히 정열에 사로잡혔어도 다른 한 쪽은 점점 싸늘해져 갑니다. 정열로 시작했던 결혼생활은 어느덧 시들해집니다. 결혼으로 언제까지나 행복하리라는 기대는 헛되고도 헛될 따름입니다. 독설가 라로슈푸코(la Rochefoucauld)에 따르면, “행복한 결혼은 무척 드물다. 그러나 성공한 결혼은 흔하다”

 

결혼은 정열로 불타오르는 사랑과는 다릅니다. 결혼에든 임신과 출산이 따릅니다. 출산으로 자식을 양육할 의무가 생깁니다. 의무로 엮어지는 사랑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습니다. 물론 출산과 양육 없는 결혼도 가능합니다. 자녀 없이 살아가기로 서로 약속하면 그만 아닌가 말이지요. 그렇지만 그 약속이 지켜지려면 부부는 서로 끝없이 존중하는 관계로 거듭나야 합니다.

 

“부부라면 불륜도 관용하라”

 

철학자 러셀(B. Russell)에 따르면, 부부는 서로 어떤 일에도 간섭하지 말아야 합니다. 부부는 사생활에 일절 간섭하지 말아야 합니다. 부부는 심지어 상대방이 저지르는 부정(不貞)에도 관용해야 합니다. 아내가 부정으로 밖에서 아이를 낳았다면, 남편은 그 아이를 자기 자식과 함께 기를 수 있는 정도로 관용해야 합니다.(『결혼과 도덕』, Marrige and Morals, 버트란드 러셀, 2003, 간디서원)

 

1970년대부터 ‘개방결혼’(open marriage)은 뜨거운 이슈였습니다. ‘개방결혼’은 ‘폴리아모리(polyamory)’, 즉 ‘비독점다자연애’를 가리킵니다. “폴리아모리는 ‘많은 사랑’을 의미하고, 이는 한 번 한 사람만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생각을 거부한다.”(『욕망의 아내』Insatiable wives, 데이비드 레이David J. Ley 지음, 유지화 옮김, 2011, 황소걸음,p.201) 그렇다고 이는 어느 한 순간 충동에 따른 사랑이 아닙니다. 그것은 수십 년에 걸쳐 자연스런 성생활이 무엇일까를 탐색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가능한 남녀 관계를 폭넓게 실험한 결과입니다.

 

“혼외관계.......더 단단한 결혼관계”를 지속시킨다

 

개방결혼 주창자들에 따르면, 현행 결혼방식이야 말로 부부가 서로에게 언제나 충실해야 한다는 헛된 기대를 품게 만듭니다. 이 헛된 기대로 말미암아 부부는 서로 갈등을 겪습니다. 본래 부부관계란 갈등에서 벗어나 서로 자아를 실현하는 관계이어야 합니다. “예컨대 부부가 서로 혼외관계에서 우정을 쌓으면...배우자는 더욱 성장하여 더 단단한 결혼 관계”를 지속할 수 있습니다. 여기 부부관계 말고 다른 이성과 우정을 쌓는 혼외관계에는 성관계가 들어갑니다. “이런 생각은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대중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p.195-6)

 

인간은 일부일처제에만 적합한 동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비일부일처제에만 적합한 동물도 아닙니다. 폴리아모리 남성운동가는 외칩니다. “당신은 내 아내를 갈망할 필요가 없어.......내 아내를 사랑하라고! 그녀 사랑에는 한계가 없어서 우리 모두 얻을 것이 있지. 두려움과 죄의식, 증오와 질투 외에 잃을 것도 없다고”(p.200)

 

“정조는 고작 취미일 뿐”

 

모든 남녀문제는 일부일처제, 곧 어느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배우자로 독점하는 제도에서 비롯합니다. 독점체제에 길들여지면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누군가가 다른 누구를 독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독버섯처럼 퍼집니다. 독점체제에 길들여지면서 사람들은 온갖 갈등과 번뇌를 겪습니다. 무려 100년 전 일부일처제로 갈등과 번뇌를 겪던 여성 나혜석은 외쳤습니다. “정조는 도덕도 법률도 아니요, 오직 취미이다. 밥 먹고 싶을 때 밥 먹고, 떡 먹고 싶을 때 떡 먹는 거와 같이 임의용지(任意用志)로 할 것이요, 결코 마음의 구속을 받을 것이 아니다...왕왕 우리는 이 정조를 고수하기 위하여 나오는 웃음을 참고, 끓는 피를 누르고,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한다. 이 어이한 모순이냐”(『못(母)된 감상기, 나혜석』, 이영미 지음, 북페리타, 2014,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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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file

    고려대학교 철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북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이다. 인간 행위와 인간 본성, 인간의 삶을 다루는 윤리학에 대한 연구를 통해 다수의 논문과 책을 발표했다. 대표 논문으로 <윤리적 이기주의 연구>, <조건과 능력> 등이 있고, 저서로는 <이기주의론>, <사피엔스 에티쿠스 : 윤리란 무엇인가 묻고 생각하다>, <철학, 물음이 답이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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