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숨어서 섹스를 할까

인간이 숨어서 섹스하는 이유는 동물과 다르게 진화했기 때문이다. (사진=shutterstock.com)


Q> 사람들은 왜 다른 동물과 달리 자신의 성행위를 남들이 보는 것을 두려워할까요? 남들 앞에서 섹스하면 “개보다 못하다”는 욕을 먹을까요? 사람이 남몰래 섹스하는 것이 동물보다 더 뛰어난 점이라고 할 수가 있는지요?

 

A>당연하게도 인간은 개와 너무도 다릅니다. 인간은 은밀한 곳을 찾아서 섹스를 한다는 점은 개와 가장 많이 다른 점 중 하나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암캐와 달리 인간여성은 배란기가 언제인지를 분명히 드러내지 않습니다. 바로 이런 사실은 인간의 성관계가 언제나 수태와 관계있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입니다. 인간은 생식보다는 즐거움 때문에 섹스를 한다는 결론이지요.

 

이 결론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인간여성은 대개 40세 이후 폐경을 겪습니다. 폐경으로 생식능력은 사라집니다. 그렇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섹스가 가능합니다. 인간여성과 달리 인간남성은 나이가 들어도 생식능력을 잃지 않습니다.


죄짓는 듯 섹스하는 인간

 

인간 성생활은 여러 면에서 다른 동물과 다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 성생활이 동물들의 그것보다 올바르고, 심지어는 우월한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 성생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개에게 묻는다고 상상해봅시다. 어쩌면 개는 다음과 같이 응수할지 모릅니다.

“구역질나는 인간들은 한 달 중 아무 때고 섹스를 하더군. 여자는 말이지...생리 직후 같은 때에도 남편을 슬그머니 꾀더라고. 남자는 또 어떻고. 허구한 날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들어요. 자기가 용을 쓰는 게 애를 만들려고 그러는 건지, 헛짓 거리를 하는 건지는 전혀 관심 밖이야. 그런데 진짜 황당한 얘기해줄까?...심지어 마누라가 임신하고 있을 때에도 그 짓을 하더군. 아, 더 끔찍한 얘기도 있어...노인네들조차도 섹스를 하지...그런데 진짜 이상한 건...부부도 그렇고 그 부모들도 그렇고, 다들 문을 닫아걸고 아무도 모르게 섹스를 하지 뭔가. 마치 무슨 죄라도 짓는 것처럼 말이야.” ((『섹스의 진화』Why is sex fun:the evolution of human sexuality, 제러드 다이아몬드 Jared Diamond 지음, 임지원 옮김, 사이언스 북스, 2005, 20-1, 숫자는 페이지 수)

 

공개섹스 즐기는 원숭이

 

그렇습니다. 인간 성생활은 인간에게만 자연스럽습니다. 인간 섹스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건 인간중심주의 탓입니다.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던지면 인간 성생활이 자연스러울 턱이 없습니다. “인간이 보이는 성습관은 지구상 3000만 종이나 되는 다른 동물들의 관점에서 보면 너무 비정상이다...지구상 약 4500종 포유류의 경우 다 자란 수컷과 암컷이 짝을 지어 핵가족을 이루는 일은 거의 없다. 대부분 포유동물은 다 자란 수컷과 암컷이 각기 혼자서 생활한다...또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포유동물은 대개 집단 내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교미를 한다. 어떤 암컷원숭이는 발정기가 되면 자신이 속한 무리의 모든 수컷과 관계를 맺는다...대부분 포유류 암컷들은 생식주기 중 배란이 되어 임신할 수 있는 기간이 돌아오면 그 사실을 수컷들에게 알린다. 그 신호는 성기주변이 붉은 색으로 변하는 것일 수도 있고...수컷 앞에서 자기 성기를 내보이기도 한다.”(21-4)

 

다르게 진화하면 다르게 섹스한다

 

왜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다를까요. 그것은 인간이 다른 동물과는 다르게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다르게 진화했을까요. 오랜 시간에 걸쳐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입니다. “우리와 가까운 침팬지는 유전물질에서 인간과 고작 1.6% 차이를 보일 뿐이다. 그 다음 고릴라는 2.3%, 오랑우탄은 3.6%이다. 인간 조상들은 ‘고작’ 700만 년 전 침팬지 조상들과 갈라져서 진화되었으며 고릴라 조상과는 900만 년 전에, 오랑우탄 조상과는 1400만 년에 갈라진 것으로 추정된다...지구의 생명 역사는 30억년 이상이고 단단한 외골격을 가진 복잡하고 거대한 동물들이 생기기 시작한 지는 5억년이 더 되었다.”(33-4) 700만년이 ‘고작’일만큼 무려 5억년동안 진화한 결과가 바로 인간인 것입니다.

지금 모습으로 인간이 되기까지 인간은 오랜 시간 어떤 환경에 적응해왔습니다. 환경이 달랐더라면 지금과는 다르게 진화했을 것입니다. 다르게 진화한 결과 다른 동물들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어떤 종은 작은 무리로, 어떤 종은 개체 홀로, 어떤 종은 대규모 집단으로 살아갑니다. 포식자로부터 공격받을 확률이 얼마나 높은지에 따라 “홀로 살거나 무리를 지어 사는 것이 더 유리하거나 불리해질 수 있다.”(37) 마찬가지로 성습관도 어떤 환경에 적응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수사마귀는 교미중에 암컷에게 잡아먹힌다”

 

동족포식(cannibalism)은 다른 환경에 적응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수컷사마귀는 교미 중에 암컷에게 잡아먹힙니다. 그럼에도 수컷은 암컷으로부터 도망치기는커녕 오히려 암컷이 먹기 쉽게 암컷의 입 쪽으로 자기 몸을 구부려주기까지 합니다. 이런 과정은 생존을 극대화하는 전략입니다. 특히 유전자 전달을 극대화하는 전략이지요. 수컷사마귀가 암컷에게 먹히면서까지 교미를 하려는 것은 자기 유전자를 전달할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까닭입니다. 수컷사마귀는 교미할 암컷 사마귀를 평생 한 번 만날까 말까 하는 환경에서 살아갑니다. 수컷사마귀는 그 귀한 번식의 기회를 놓칠 수가 없습니다. 수컷은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짝짓기를 끝내도 어차피 다른 암컷을 만날 기회는 없습니다. 그러니 암컷에게 아예 자기 몸을 단백질로 공급합니다. 수컷사마귀가 자기 몸으로 암컷에게 필요한 단백질을 제공하는 것은 오랜 세월에 걸친 진화에 따른 결과입니다.

수컷사마귀와 인간남성은 다릅니다. 인간은 사냥으로 여성에게 단백질을 제공했었습니다. 사마귀와 인간이 사뭇 다른 것은 이렇듯 서로 다른 환경에서 진화해왔기 때문입니다. 인간과 유인원이 서로 다르게 성생활을 하는 것도 서로 처한 환경이 달랐던 까닭입니다.

 

인간 성생활, 개들은 비웃는다

인간은 개들이 길에서 공공연히 벌이는 섹스를 ‘흘레’라며 비웃습니다. 그렇지만 커튼을 치고 은밀한 곳에서 섹스를 하는 인간을 개들이 비웃을지도 모릅니다. 이렇듯 서로 다른 성생활을 하는 까닭은 서로 다른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온 결과물인 것입니다. 진화론에 비추어 생각해보십시오! 공공연히 섹스를 하는 것과 은밀하게 숨어서 섹스를 하는 것, 어느 쪽이 더 큰 비웃음을 받을 일일까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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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file

    고려대학교 철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북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이다. 인간 행위와 인간 본성, 인간의 삶을 다루는 윤리학에 대한 연구를 통해 다수의 논문과 책을 발표했다. 대표 논문으로 <윤리적 이기주의 연구>, <조건과 능력> 등이 있고, 저서로는 <이기주의론>, <사피엔스 에티쿠스 : 윤리란 무엇인가 묻고 생각하다>, <철학, 물음이 답이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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