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 좀 있으신 분들의 만남

아부지 혼자 적적하게 지내신지 벌써 10년째인데

난 일찌감치 대가리가 커서 어머니 돌아가시고 얼마 안되서 

바로 새출발 하시라고 응원해드렸지.

아부지도 아부지 인생이 있는데 언제까지 독수공방 하면서 사실 수는 없잖아.

아부지도 처음엔 안한다 안한다 하시다가 한 2, 3년 뒤에는 여기저기

만남을 가지셨던 거 같아. 근데 울아부지가 뭐 수십 수백억대 자산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탄탄한 회사 다니시고, 크게 부족함이 없으시다 보니

꼭 여자들이 꼬여도 딴 맘을 품고 접근하는 쪽이 많더라.

많이는 아니지만, 돈도 좀 까먹으셨는데...

이게 좀 몇 번 반복되니까 나중에는 그냥 자포자기 하듯이 따로 누굴 만나고 하지도 않으시더라구

근데 얼마 전에 방에서 나오다가 아부지가 폰으로 뭔갈 열심히 적고 계시길래

드디어 새로 누구랑 만나시나 하고 몰래 엿봤더니

무슨 여보야자기야인가 하는 어플인가를 하고 계시더라...

얼마나 적적하면 그랬겠나 싶다가도... 이건 좀 아닌 거 같아서 

아부지 지금 뭐하시는 거냐고 물었더니 아무것도 아니라고 손사레를 치시더라..

그래서 더이상 추궁하진 않고 그냥 알았다고 하고 몰래 지켜봤는데 

내가 인식이 안좋아서 그랬던 건지는 모르겠는데 

아부지 잠깐 주무실 때나 화장실 갔을 때 폰 확인해보면 

굉장히 정상적인 대화들만 오고가더라고

딱히 뭔가를 노리고 있다는 느낌도 없고 

그냥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일상적인 대화만 나누시는 ㅎㅎㅎ

뭔가 운이 좋았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마음 잘 통하고 적적한 대화상대가

생기신 거 같아. 근 한달 내내 채팅만 하시다가 오늘 처음으로 만나러 간다고 하시는데

아부지 들뜬 모습이 보는 내가 다 흐뭇해지더라

오히려 연세 있으신 분들은 직접 대놓고 모든 걸 까고 만나는 거 보다 

채팅어플 같은 걸로 서로 대화하다가 맘맞는 사람이랑 만나는 것도 크게 나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음.

일단 모든 걸 오픈 안해도 되니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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